8월6일 HD현대 글로벌R&D센터를 방문한 팔머 럭키(Palmer Luckey) 안두릴 공동설립자가 HD현대가 개발 중인 무인수상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 팔머 럭키 안두릴 공동설립자.
8월6일 HD현대 글로벌R&D센터를 방문한 팔머 럭키(Palmer Luckey) 안두릴 공동설립자가 HD현대가 개발 중인 무인수상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 팔머 럭키 안두릴 공동설립자.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HD현대가 글로벌 방산 신흥 강자 안두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와 손잡고 무인 함정 분야에서 한미 연합 기술 동맹을 본격화한다. 단순한 기자재 협업을 넘어, AI 자율운항과 함정 설계·건조까지 포괄하는 체계적 공동개발 체제가 양국에서 동시에 가동된다.

이번 협력은 한국의 조선기술과 미국의 자율임무 솔루션 간 첨단 국방기술 융합의 본보기로, 향후 무인함정(UxV: Unmanned Surface Vehicle) 시장의 새로운 주도권 경쟁 구도를 예고한다.

■ AI 자율운항 기술과 함정 설계 역량의 전략적 융합

HD현대와 안두릴은 지난 8월6일 경기도 성남의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함정 개발 협력을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지난 4월 양사가 체결한 MOU의 후속 조치로, HD현대의 자율운항 기술(Vessel Autonomy)과 안두릴의 자율 임무 수행 체계(Mission Autonomy)를 상호 공급하는 구체적 실천 단계에 들어섰다.

양측은 한국 시장에서는 HD현대가 개발 중인 무인수상정에 안두릴의 자율임무 솔루션을 탑재하고, 미국 시장에서는 안두릴이 주도하는 유·무인 함정 개발에 HD현대가 설계 및 건조를 맡기로 합의했다.

각각의 강점을 결합해 기존의 방산·조선 산업의 수직계열 구조를 기술 중심 융합모델로 전환하는 신호탄이자, 양국이 모두 요구하는 ‘전장(戰場) 속 디지털화’ 요구에 선제 대응하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 2027년까지 공동 개발된 ‘양국형 무인수상정’ 프로토타입 선보인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바탕으로 2027년까지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각각 시제품 형태의 무인수상정(USV) 프로토타입을 개발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특히 한국형 프로토타입은 HD현대의 독자기술이 적용된 자율운항 기반 설계를 중심으로 하며, 여기에 안두릴의 고도화된 미션제어 소프트웨어가 결합돼 통합무장체계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HD현대중공업 주원호 특수선사업대표는 “무인함정은 미래 해전의 핵심이자 필수 전력”이라며, “안두릴과의 협력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무인함정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조선 강국의 기술력과 디지털 방산 강자의 전략적 접점이 만들어내는 미래 해양안보의 ‘디지털 전력화’ 모델로, 단순한 함정 판매를 넘은 미래전 플랫폼 경쟁에 본격 참여하는 의미를 지닌다.

■ HD현대, 미국 방산 조선 협력 네트워크 본격 확대

HD현대는 최근 안두릴과의 협력 외에도 미국 조선사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의 상선 건조 파트너십, 헌팅턴 잉걸스(HII) 페어뱅크스 모스 디펜스(Fairbanks Morse Defense)와의 MOU를 연달아 체결하며 미국 내 군수·상선 시장 동시 진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미국 방산 생태계에 공동 개발·설계 파트너로 깊이 진입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 등의 장벽을 우회하는 현지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HD현대의 ‘디지털 특수선 전략’은 친환경 해양 방산 수요 증가, AI 기반 함정자율화 수요 확대라는 두 축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이번 안두릴과의 협력은 전통적 조선강국에서 ‘디지털 조선방산 동맹’ 주도국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상징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용어 설명 : 

· Anduril Industries(안두릴 인더스트리) = 인공지능(AI) 기반 방위산업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의 차세대 방산기업으로, 자율 무인 시스템, 경계 감시, 드론, 전장 인공지능 플랫폼 등 미래형 군사기술을 전문으로 개발하고 있다. 2017년 오큘러스 창립자이자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가인 팔머 럭키(Palmer Luckey)가 설립했으며, 미국 국방부 및 국토안보부와의 협력 아래 다양한 국방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안두릴은 기존 군수업체 중심의 하드웨어 기반 방산시장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디지털 전장’ 구현을 선도하는 대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Lattice’라 불리는 자율 임무수행 운영체계(Mission Autonomy OS)를 기반으로 다수의 무인 지상 및 해상 플랫폼을 상용화하고 있다. 특히 HD현대와의 협력은 자율운항 기술과 함정 설계·건조 능력을 접목해, 미래 해양전력의 패러다임을 재편할 핵심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안두릴(Anduril)’이라는 이름은 J.R.R. 톨킨(J.R.R. Tolkien)의 소설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검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구체적으로, Andúril은 엘프어로 “서쪽의 불꽃(Flame of the West)”이라는 뜻이며, 이는 엘렌딜(Elendil)의 검 나르실(Narsil)이 부서진 뒤, 아라곤(Aragorn)에 의해 다시 벼려져 부활한 검의 이름이다. 작품 속에서 이 검은 왕의 귀환, 정의의 회복, 악에 맞선 상징적 도구로 등장한다. '안두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는 이 전설적 상징성을 차용해 "첨단 기술을 통해 기존의 방위산업 질서를 깨고, 새로운 전략적 힘의 균형을 만든다"는 의지를 담아 회사의 이름으로 사용한 것이다.
창업자인 팔머 럭키(Palmer Luckey)는 “안두릴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정의를 지키기 위한 도구였다”며 이 이름이 전통 방산의 틀을 깨는 ‘신세대 기술 기반 국방기업’이라는 기업 철학을 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 Huntington Ingalls Industries(HII, 헌팅턴 잉걸스) = 미국 최대의 군함 전문 조선사. 미국 해군의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 전략 무기체계 건조를 전담하는 핵심 방산 기업.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Newport News)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미 해군 전력의 약 70% 이상을 공급해온 유일한 항공모함 건조업체로도 잘 알려져 있다. HD현대와의 협력은 한국의 선박 설계·건조 역량과 미국의 군수 수요 간 전략적 연계 가능성을 확장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 Fairbanks Morse Defense(FMD, 페어뱅크스 모스 디펜스) = 군용 함정 및 해양 플랫폼용 디젤 엔진과 추진 시스템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미국의 핵심 방산 기자재 기업. 미 해군 및 연방기관에 장비를 공급해온 10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기업으로, 특히 함정용 보조 전력장치(APU), 발전기, 통합 유지보수 솔루션 등에서도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HD현대와의 MOU는 자체 설계한 특수선과 무인함정 플랫폼에 고성능·고신뢰성 엔진과 전력장비를 통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