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딜라라 이렘 산자르·아나돌루 통신 게티 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딜라라 이렘 산자르·아나돌루 통신 게티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AI 산업의 폭발적 확장과 전력 인프라의 불균형이 맞물리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K-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고율 관세를 예고하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ESS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삼아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정체됐던 2차전지 산업은 ESS라는 대체 수단을 통해 '제2의 성장 축'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美 공급망 재편, K-배터리에 반사이익
미국은 최근 자국 내 ESS 인프라 확대를 위해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최대 58.4%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세액공제 조건으로 중국 외 국가산 소재 비중을 2026년까지 60%, 2030년까지 85%로 상향할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정책 변화는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실질적인 퇴출 조치로, K-배터리 업체에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며 “현지 생산 기반과 기술력이 있는 한국 기업이 ESS 공급망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와 6조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계약을 체결했고, 삼성SDI는 인디애나 공장을 ESS 생산라인으로 전환 중이다. SK온은 북미 시장에 ESS 완제품 패키지(배터리+인버터+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방안을 본격화했다.

◇AI로 커진 전력 격차...ESS는 '인프라 심장'
ESS는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 급증 시 방출해주는 장치로, 전력망의 안정성과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라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필수 과제로 떠오르면서 ESS는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닌 ‘전력 인프라의 심장’ 역할로 격상됐다.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법인 전경. /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법인 전경. /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AI 인프라 확장에 따라 미국을 중심으로 ESS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전기차가 정체 국면에 접어든 만큼, 배터리 기업들이 ESS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은 2034년까지 5조1200억 달러(약 740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며, 연평균 성장률은 21.7%에 달한다.

◇국내 시장도 '전력망 고도화'에 따라 수요↑
정부도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과 같은 전력망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ESS 수요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ESS는 재생에너지 클러스터(호남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핵심 설비로, 전력계통의 유연성을 높이는 역할을 맡게 된다.

실제 올해 진행된 ‘2025년 제1차 중앙계약시장 ESS 입찰’에서는 삼성SDI가 전체 물량의 80% 이상을 확보하며 역전 드라마를 썼다. 고가의 NCA 배터리를 투입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ESS 입찰 구조가 국내 기업 육성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어 향후 수혜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안정성과 수명, 가격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중심으로 공급망 전반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SS, '제2 성장축'으로...공급망 내재화가 관건
ESS는 단순히 전기차 수요 감소를 보완하는 수단이 아닌, 배터리 산업의 수직계열화와 공급망 내재화를 견인하는 핵심 축이 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ESS 사업을 통해 셀 제조–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완제품 공급까지 통합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중이다.

이재명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산 정책,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 글로벌 전력인프라 불균형이라는 세 가지 외부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K-배터리는 ESS를 통해 다시 한번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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