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한국의 도시가스사업은 세계 천연가스산업사에 유례가 없는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룩했으며 산업 성장의 근간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5만4,000㎞에 이르는 배관망이다. 안전은 도시가스사업의 알파요, 오메가다.
또한 도시가스사업의 도메인(domain)은 안전을 서비스하는 사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도시가스업계는 일찍부터 지리정보시스템(GIS), 원격감시시스템(SCADA), 위기관리시스템(EMS) 및 원격차단밸브(MOV) 등 종합상황실에서 ICT를 기반으로 하는 통합안전관리시스템(TSMS)을 운영함으로써 통합적이고 입체적이며 최적화된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1978년 제정?시행된 도시가스사업법의 안전관리 규제는 상당한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안전관리, 타 산업 재해시에도 새로운 규제의 양산, 매년 단순 반복되는 주기 위주의 획일적인 규제가 지속되고 있다.
AI 변혁이 스나미처럼 밀려오는 산업환경 변혁의 시대에 반복적인 타임 베이스의 안전관리 규제는 혁신을 요한다. 이제는 설비의 신뢰도와 위험도에 기반한 안전관리로 전환하고, 안전관리의 과학화를 위한 트랜스포메이션전략이 안전관리정책에 충분히 반영되길 바란다.
한편 일반도시가스사업자의 중압 배관은 최초로 시공감리증명서를 받은 날로부터 20년이 되는 해와 매 5년마다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정밀안전진단을 수검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기존 도심지역에서 모든 지역까지 진단 대상이 대폭 확대된다. 강화된 정밀안전진단제도는 Iot와 AI로 대변되는 디지털 전환시대에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있는 만큼 합리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찾아 보고자 한다.
첫째 양적, 획일적 진단은 효율적인 안전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단의 목적은 설비의 사고나 고장을 사전적으로 예측해 유지보수를 수행함으로써 설비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예지보전(Predictive Maintenance)과 맥을 같이 한다. 예지보전의 성공은 샘플링, 보전활동의 차등화, 데이터 분석에 있다.
둘째 평가 등급과 관계없는 일률적인 진단 주기는 불합리하다. A, B등급과 같이 배관 안전도에 문제가 없는 경우에는 진단 주기를 차등화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결함 존재 등 안전도가 취약한 배관의 진단 주기를 강화하여, 위해 요인에 대한 조기 대처로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정밀안전진단이 더욱 정밀해질 수 있다.
셋째 궁극적으로 자율안전관리, 성과위주의 규제 정책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로 공급자의 안전을 고도화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시대에 언제까지 규제기관 중심의 안전정책을 고수할 수는 없다. 평가 등급에 따른 진단 주기 차등화 등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업계에서는 신기술 개발·접목을 위한 안전관리 투자 확대 등 안전관리 고도화에 매진할 수 있다.
국가의 주요 시설을 관리하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도 안전등급에 따라 진단 주기를 차등화해 안전취약 시설물에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가스산업 선진국의 정밀안전진단제도도 설비, 지역 등의 위험도에 기반해 진단주기를 5년~10년으로 차등 적용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로열 더치 쉘과 BP의 경우에도 위험도 기반 안전관리(Risk-Based Safety Management, RBSM)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만 과학적 근거없이 일률적 잣대를 적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법정 정기검사, 안전관리규정 확인 평가, 정밀안전진단과 도시가스사 자율검사 시행 등 각종 검사제도의 중복 시행 문제는 변해야 한다.
또한 안전관리 규제방식도 명령통제형 규제(Command and Control Regulation)에서 자율 규제(Self Regulation)로 전진해야 한다. 자율 안전관리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목표나 성과를 설정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 결과에 따라 페널티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성과기반 규제(Performance-Based Regulation)가 정착돼야 한다. 세상과 에너지산업은 중앙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획일적에서 차등화로, 통제에서 자율로 이동하고 있다. 안전 규제도 그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