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신영균 기자]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는 전 세계가 직면한 중대한 문제이며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자원의 확보는 각국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는 2030 NDC 상향(안)을 지난 2021년 발표했다. 또한 2030년까지 수송과 산업용 바이오 연료 상용화를 추진하는 친환경 바이오 연료 확대 방안을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했다.
바이오 연료는 바이오매스 기반으로 제조된 연료로 연소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화석연료에 비해 적어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 연료 생산 원료 사용량은 2019년 기준 약 80만톤 규모로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원료 바이오매스의 국내 보급 비중은 약 25%에 불과하다. 즉 국내 자급 부족을 고려한 해외 원료 확보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연구진이 견과류인 캐슈넛 식품 생산 후 버려진 캐슈넛 껍질을 활용한 친환경 바이오 연료 생산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우리 연구진은 국내 바이오매스 활용의 어려움으로 신규 원료를 활용한 기술개발에 집중했고 안정적인 원료 공급을 위해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와 같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인도,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일대에서 다량 생산되는 캐슈넛 껍질에 주목했다.
캐슈넛 껍질에는 약 40%의 바이오중유로 활용이 가능한 오일 성분이 포함돼 있어 바이오 연료의 중요한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에서는 캐슈넛 산업이 이미 활성화돼 캐슈넛 식품을 탈곡하고 남은 껍질이 부산물로 다량 발생하고 있다.
캐슈넛 껍질로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공정은 이미 베트남에서 상용화돼 운영되고 있지만 해당 공정은 비연속적인 기계적 압착 추출 방식을 사용해 오일 생산 수율이 낮아 경제성이 떨어진다. 또한 해당 공정으로 추출된 캐슈넛 오일은 산업용 보일러, 발전소, 선박 연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중유로 제조하기 위해 추가 공정이 필요해 공정 소요 시간이 길고 황산, 알코올류와 같은 촉매 사용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이에 우리 연구진은 이러한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온 열분해 방식을 통해 고품질의 바이오중유와 바이오차를 생산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열분해 방식은 산소가 없는 상황에서 캐슈넛 껍질을 350℃로 가열해 바이오 오일을 추출하는 공정이다. 이 기술을 통해 생산된 바이오중유는 별도의 촉매 사용이나 화학적 처리 없이 연료로 직접 사용할 수 있다. 즉 원료 투입에서 제품생산까지 자동화 운영이 가능해 시스템 운전과 유지관리가 간단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공정에서 생산된 바이오중유 외 응축되지 않은 열분해 가스를 공정에 자체 열원으로 활용해 공정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추가 부산물로 바이오차가 발생한다. 바이오차란 바이오매스 열분해(250℃ 이상) 시 생산되는 부산물로 탄소가 풍부해 토양개량과 장기간의 탄소 저장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물질이며 발열량이 높아 발전소, 제철소 등에 석탄 대체 가능한 고품질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기술로 생산된 캐슈넛 바이오중유는 추가 공정이 요구되는 압착 추출 오일과 달리 우리나라 바이오중유 기준치를 충족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또한 캐슈넛 바이오차는 발열량이 8,000 kcal/kg 이상으로 제철소에서 코크스 제조를 위해 사용되는 코킹탄보다 우수한 발열량 특성을 보여 제철소의 탄소중립을 위한 대체 연료로써 활용될 수 있다(그림 1 참조)

이처럼 캐슈넛 바이오중유 및 바이오차는 탄소배출 저감과 우수한 연료 특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수요가 예상되며 이는 바이오 선박유를 필두로 한 해운 부문과 고탄소 배출 사업장인 제철소에서 두드러진다. 해운 부문에서는 국제해사기구(IMO)가 Net-zero를 달성하기 위한 2050탄소중립 전략을 발표하면서 국내에서는 2023년 국제 컨테이너 선박에 바이오 선박유를 급유해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해운 부문 net-zero 달성을 위해 바이오 선박유의 사용은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바이오매스 기반 선박용 연료 적용을 위한 안정적, 경제적, 친환경 바이오중유 생산 기술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캐슈넛 열분해 바이오중유 생산 기술은 선박용 바이오 연료의 안정적 공급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캐슈넛 열분해 바이오중유의 경우 추가 공정을 거쳐 바이오디젤, 항공유 전환 또한 가능해 전반적인 운송용 연료의 탄소중립을 위한 연료전환 측면에서 큰 잠재력을 지닌 고부가가치 원료라 할 수 있다.
고탄소 배출 사업장인 포스코, 현대제철 등의 제철소에서도 2050 탄소중립 달성 방안으로 화석연료(석탄) 사용량을 줄이는 전기로 수소환원로(Hyrex) 등 혁신 기술 적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2030년 탄소배출 감축 목표치 달성을 위해 석탄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전기로와 수소환원로 등의 브릿지 기술개발이 필요하며 이에 발열량이 높고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캐슈넛 바이오차가 바이오카본으로써 대체 방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제철 공정에서는 소결/코크스와 PCI 연료, 전기로 가탄제로 석탄을 사용 중이며 이를 캐슈넛 바이오차 대체 시 100만톤 공급 기준(바이오차 판매가격 150$/톤 기준) 약 1,000억원의 연간 연료비 절감을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캐슈넛 바이오차는 제철 공정의 net-zero달성과 경제성 향상 측면 모두에 기여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원료임을 입증했다.
이처럼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단순한 공정과 경제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장점은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상용화를 추진하는데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용화를 위해 우리 연구진에서는 필요한 지적 재산권을 이미 확보했고 캐슈넛 생산량이 많은 동남아 지역에서의 현지 사업화를 위해 관련 연구 사업으로 사업화 준비를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연료 생산은 에너지원의 다변화를 가능하게 해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는 바이오 연료가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더불어 바이오차와 같은 부산물의 활용은 농업,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처럼 바이오 연료 산업의 활성화는 국가적인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동시에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캐슈넛 껍질 기반 기술은 이러한 변화를 이끌 혁신적 사례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아울러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상용화된다면 캐슈넛 외에도 코코넛 박, 기름야자 껍질(Palm Kernel Shell) 등이 동남아 지역의 다양한 농업 부산물에도 적용이 가능하며 열분해를 통해 생산되는 바이오중유와 바이오차는 발전소, 제철소, 선박유 및 토양개량제 등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그림 2 참조)

이 같은 확장성을 바탕으로 전 세계 바이오 연료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으며 바이오중유, 바이오차를 이용한 탄소배출권 확보가 가능해 국제 탄소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캐슈넛 껍질을 활용한 바이오 연료 기술은 환경 보호와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혁신적 대안이다.
기술의 발전은 사회와 환경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담당한다. 캐슈넛 껍질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 연료 기술은 이러한 다리의 한 축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열어가고 있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성공은 우리 모두의 노력에 달려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건강하고 번영하는 지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