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국내 산업계가 급상승하고 있는 산업용 전기요금과 ‘RE100 공습’ 등 대외 압력 대응을 위해 독자적인 전력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전력 수급 불안정과 전기요금 급등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 대기업들이 전력 공급망을 스스로 구축하는 ‘자가발전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위한 가상발전소(VPP)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산업용 전기료 급등, 자가발전 필요성 ↑
2022년 이후 7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누적 6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82.7원으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 생산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전력 요금 정책 변동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 기업들은 자가발전시설을 구축, 전력비용 절감과 전력 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쓰오일(S-oil)과 SK이노베이션이 자가발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울산 온산공장에 2630억원을 투자, 천연가스 자가발전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이 시설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온산공장에 전량 사용될 전망이다.
내년까지 완공될 예정인 GTG(가스터빈발전기) 2기와 폐열 회수 보일러로 구성된 자가발전시설은 연간 16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LNG 열병합발전소를 건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공장에 열을 공급한다. 이 발전소가 제공하는 열 에너지는 반도체 공장의 필수 요소로 연간 최대 15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탈(脫)한전’과 ‘RE100’ 동시 대응 전략
전력 요금 상승뿐 아니라 ‘RE100(Renewable Energy 100%)’ 운동의 확산도 기업들이 자가발전에 투자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기업들은 자가발전시설 구축과 함께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포스코는 원자력 자가발전도 검토하고 있고, 현대제철은 LNG 자가발전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여기에 가상발전소(VPP)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VPP는 분산된 전력 자원을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통합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변동성을 예측하고 통합해 전력 공급의 효율성을 높인다.
SK텔레콤은 AI 기반의 VPP를 선보이며 CES 2023에서 이를 중심으로 2030년 넷 제로 목표를 달성할 비전을 제시했다. 가상발전소는 재생에너지 활용을 극대화하고 전력망 안정성도 보장하는 혁신적인 솔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의존도 증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자가발전 시스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비싸기 때문에 기업들이 완전한 탄소 중립 체제로 넘어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1.5%로 늘릴 계획을 확정지었다. 이에 따라 가상발전소 같은 혁신적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가상발전소 시장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상당한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선 SK텔레콤과 KT, SK E&S 등 다양한 기업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태양광사업을 운영하는 한화솔루션은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가상발전소는 기존 발전소와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분산 에너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미래의 에너지 시장에서 중요한 기술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산업용 전기요금 급등과 ‘RE100’ 등의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자가발전, 가상발전소 구축은 전력 공급망 안정성 확보와 탄소 중립 목표 달성 측면에서도 크게 기여한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업들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는 자가발전과 VPP 기술 발전은 향후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