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성중 기자] 최근 주요국들의 첨단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 기술 유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국가적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국가 핵심 기술 보호 체계를 강화하고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마련, 4월 1일부터 5월 12일까지 입법예고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의 후속 조치로, 법 시행 예정일인 2025년 7월 22일에 맞춰 구체적인 내용과 절차를 규정하고 기존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국가 핵심 기술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동시에, 법규를 준수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여 기술 유출 방지와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끊이지 않는 기술 유출, 국가 안보와 경제에 심각한 위협

주요국들은 반도체, 인공지능, 우주항공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자국의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한 수출 통제 및 기술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러한 ‘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우리나라는 2006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국가 중요 기술을 산업기술 및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한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2020년 17건이었던 산업기술 해외 유출 건수는 2021년 22건, 2022년 20건, 2023년 23건, 그리고 2024년에도 23건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자동차 등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핵심 분야에서의 기술 유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국가 경제 안보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국가 핵심 기술 보호 체계 대폭 강화… 직권 판정 도입, 불법 M&A 제재 강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부와 국회는 국가핵심기술 보호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 약 2년간의 노력 끝에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정안은 국가핵심기술 보호 및 관리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국가핵심기술 보유확인제의 신설이다. 기존에는 기업 등의 신청이 있어야 국가핵심기술 판정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기술 유출 우려가 크고 보호 필요성이 높은 경우 국가가 직권으로 기업에게 국가핵심기술 판정을 받도록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을 선제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 기업 등은 보유기관으로 등록해야 하며, 정부는 등록된 보유기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국가핵심기술 보유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보안 실태 점검 및 맞춤형 지원 등을 통해 기술 유출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불법적인 해외 인수·합병(M&A)에 대한 제재도 대폭 강화된다. 앞으로는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을 정부 승인 없이 불법적으로 인수·합병하는 경우, 정보 수사기관의 조사 및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를 생략하고 산업부 장관이 즉시 중지·금지·원상회복 등의 조치를 명령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러한 조치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1일 1천만원 이내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정책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기술안보센터’를 지정한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기술안보센터로 지정되어 국내외 기술 동향 파악, 기술 평가,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정책 발굴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기술 유출 범죄 처벌 수위 대폭 강화… 브로커 처벌 및 손해배상 확대

기술 유출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대폭 강화된다.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할 경우 기존 최대 15억 원이었던 벌금이 최대 65억 원까지 확대된다. 또한, 처벌 대상도 기존의 ‘해외에서 사용되게 할 목적’을 가진 목적범에서 ‘해외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도’ 행위를 저지르는 고의범으로 확대되어 처벌 범위가 넓어진다.

뿐만 아니라,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소개, 알선, 유인하는 브로커 행위도 기술 침해 행위로 간주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산업기술 침해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한도를 기존 3배에서 5배로 상향하여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기술 유출 범죄를 강력하게 억제하고 불법적으로 취득한 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했다.

□법규 준수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수출 절차 간소화, 보안 투자 지원 강화

강력한 제재와 더불어 법규를 성실히 준수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된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의 기술 수출 승인 절차를 개선하여, 일반적인 경영 활동으로 기술 유출 가능성이 낮은 수출에 대해서는 수출 심의 절차를 면제 또는 간소화하여 기업들의 수출 심사 부담을 크게 완화할 예정이다.

또한, 개별 법에 따라 기술 확인서를 발급받은 경우 산업기술 확인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유사한 행정 절차를 단축하고 기업의 불편을 해소하며, 기존 보안 기술 지원에 국한되었던 정부의 예산 지원 범위를 보안 시설 구축 비용까지 확대하여 기술 보호 역량이 취약한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했다.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 주요 내용

이번에 입법 예고된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은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의 세부 내용을 구체화하고 현행 제도의 운영상 미비점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핵심기술 보유확인제 시행: 국가가 직권으로 기업에게 국가핵심기술 판정을 신청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규정한다. 직권 판정 대상은 국가 연구 개발 사업을 통해 개발한 기술, 특허 또는 발표 논문을 통해 국가핵심기술과 관련성이 높다고 인정되는 경우, 기술 수출 또는 해외 인수 합병 진행 시 보유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인지 판단이 필요한 경우 등이다.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 등록: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 등이 보유 기술을 등록하는 관련 절차를 마련하고, 등록된 보유기관에게는 등록증을 발급하여 보유 기술과 보유기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불법 해외 M&A 제재: 미승인·미신고, 부정 승인·부정 신고 또는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해외 인수·합병에 대한 중지·금지·원상회복 등 조치 명령 불이행 시 위반 행위와 인수 합병 금액 등을 고려하여 1일 1천만 원 이내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수출 승인 면제 및 간소화: 국가핵심기술의 수출 승인 면제 또는 간소화 대상이 되는 수출 유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기업들의 수출 심사 부담을 획기적으로 완화한다. 면제 또는 간소화 대상 수출 유형은 이미 수출된 기술의 반복 수출, 자회사 또는 이미 수출한 기업에 대한 수출, 100% 지분 보유 외국 기업과의 공동 연구, 인·허가 및 인증, 소송 대응을 위한 경우, 대상 기관의 요청으로 산업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이다.

기술 심사 기간 명확화: 국가핵심기술 해당 여부 판정, 수출 심사 시 기술 검토 기간의 상한을 설정하여 기술 심사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심사 기간 단축을 유도한다. 기술 심사 상한은 원칙적으로 45일로 제한하되, 불가피한 경우 1회에 한하여 45일 연장이 가능하다.

기술안보센터 지정 및 기능 강화: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을 ‘기술안보센터’로 지정하여 국내외 기술 동향 파악, 기술 평가 및 국가핵심기술의 체계적인 지정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정책 발굴 기능을 강화한다. 기술안보센터는 국가핵심기술 지정·변경·해제, 국가핵심기술 여부 판정, 수출 및 해외 인수·합병 지원 업무 등을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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