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우주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도시가스 산업과의 새로운 연결고리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액체메탄(LCH₄)을 기반으로 한 우주 항공 연료 수요가 확대되면서, 국내 도시가스 업계의 기술과 인프라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우주 항공 연료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안정성과 효율성을 유지해야 한다. 지구 대기권을 넘어 작동하는 로켓과 우주선은 영하 수백도의 초저온, 진공 상태에서도 연소를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이로 인해 액체수소(LH₂), 액체산소(LOX)와 같은 극저온 연료가 주로 사용되어 왔다. 특히 액체수소는 가벼우면서도 높은 에너지 밀도를 제공해 오랫동안 이상적인 연료로 평가받았다.
최근 우주 산업 트렌드는 변화를 맞고 있다. 민간 우주 기업인 스페이스X(SpaceX) 등은 액체메탄을 새로운 주력 연료로 채택하고 있다. 메탄은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우며, 연소 시 엔진 손상을 줄이는 데 유리하고, 향후 화성 등 타 행성 탐사 시 현지 자원으로 직접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메탄은 도시가스의 주성분인 CH₄와 동일한 화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어, 도시가스 산업과의 기술적 유사성이 크다.
국내 도시가스 업계가 우주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과제가 있다. 초극저온(-253°C 이하) 저장 기술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기존 LNG(-162°C) 저장 기술보다 훨씬 더 낮은 온도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우주 환경 특수성에 맞춘 연료 품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미량의 불순물도 로켓 엔진 작동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메탄 연료의 고순도 정제 기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시장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도 극복해야 한다. 우주 산업은 성장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단기 수익 모델을 기대하기 어렵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와 연구개발(R&D)이 이뤄져야 한다.
도시가스 업계는 이미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및 수송 과정에서 극저온 기술을 다년간 축적해 왔으며, 고순도 메탄 생산 및 정제 기술에서도 높은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 자산은 액체메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우주 항공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LNG 저장 탱크, 극저온 배관, 기화 및 주입 기술 등은 메탄 연료 기반 우주 발사체에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며 “도시가스 산업이 보유한 기술력은 향후 우주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국내 도시가스 업계는 기술 고도화와 사업 다각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LNG 저장·운송 기술을 응용한 극저온 저장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으며, 고순도 메탄 정제 기술을 우주 항공용 연료 시장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도 우주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기조가 이어지면서, 도시가스 인프라를 활용한 우주 항공 연료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이 기대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주 산업이 에너지, 소재, 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산업과 경계를 허물고 있으며, 특히 연료 분야에서는 기존 LNG 및 천연가스 산업의 역할이 재조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도시가스 산업이 기존의 천연가스 공급이라는 틀을 넘어, 우주 연료라는 새로운 시장을 겨냥해야 할 시점"이라며 "특히 액체메탄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