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기반 해수 증류 및 전기분해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요/ai 이미지 편집
태양광 기반 해수 증류 및 전기분해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요/ai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이상석 기자] 미국 코넬대학교 주도의 연구팀이 바닷물과 태양광만으로 탄소 배출 없는 ‘그린 수소(green hydrogen)’와 식수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저비용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자연광 조건 하에서 해수를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식수까지 얻을 수 있는 혁신적 장치를 설계했다.

이번 기술은 코넬대,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존스홉킨스대, 미시간주립대가 공동으로 개발한 것으로, 태양광 기반 해수 증류 및 전기분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바닷물을 활용해 시간당 약 200밀리리터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으며, 에너지 효율은 12.6%에 달한다.

현재 그린수소는 고순도의 정제수를 전기분해해 얻는데, 이 과정은 대량의 깨끗한 물과 고가의 장비를 요구해 일반 수소에 비해 약 10배의 생산비가 드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을 이끈 코넬대 기계항공우주공학과 레난 장 조교수는 “일반적으로 에너지 생산량을 늘릴수록 물 소비도 증가하므로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수소 생산을 위해 대량의 정수된 물을 사용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연구팀은 지구상에서 사실상 무한한 자원인 태양광과 해수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장 교수는 MIT 재직 시절부터 해수를 태양열 증류 방식으로 식수화하는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이 기술은 2023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코넬대 부임 이후 그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지원을 받아, 이 기술을 수소 생산으로 확장시켰다.

연구팀이 개발한 장치는 가로·세로 10cm의 소형 모듈로, 태양광 패널에서 발생하는 전기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폐열로 버려지는 태양열까지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대부분의 태양광 패널은 최대 30% 정도의 태양 에너지만을 전기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열로 방출되는데, 연구팀은 이 열을 활용해 해수를 증류하는 데 사용했다.

장 교수는 “짧은 파장의 햇빛은 태양전지를 통해 전기를 생성하고, 긴 파장의 햇빛은 폐열로 변환돼 바닷물을 가열해 증류한다”며 “이 방식으로 태양 에너지를 남김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증류 과정의 핵심 기술은 ‘모세관 위크’ 구조로, 바닷물을 얇은 필름 형태로 유지시켜 직접 태양열과 접촉하게 함으로써, 대량의 물을 데우지 않고도 증발 효율을 90% 이상으로 높였다.

증류된 수증기는 응축되어 식수로 변환되고, 이 식수는 전기분해기를 통해 수소와 산소로 분리된다. 이 기술은 단순한 증류나 전기분해를 넘어, 전기적·열역학적·화학적 에너지 흐름을 모두 통합한 복합 시스템으로 설계됐다.

장 교수는 “태양광 패널, 증류 시스템, 전기분해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매우 복합적인 구조”라며 “하나의 장치에서 수소 생산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정수된 물을 확보할 수 있으며, 추가로 식수까지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술”이라고 밝혔다.

현재 그린수소의 생산 단가는 kg당 약 10달러 수준이지만, 연구팀은 향후 15년 이내에 1달러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가 추진 중인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위한 핵심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장 교수는 이 기술이 기존 태양광 발전소에 설치돼 패널의 폐열을 활용함은 물론 냉각 효과까지 제공함으로써 전력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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