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이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에너지 리서치 기관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향후 5년간 풍력발전 신규 설치 전망을 기존 대비 40%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2029년까지 미국의 육상 및 해상 풍력발전 설비는 45.1GW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종전 전망치 75.8GW 대비 크게 낮아진 수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최근 보고서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인한 전력 수요 폭증을 경고했다. 2025~2026년 미국 전력소비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정부 풍력발전 임대 및 인허가 중단 조치로 풍력 공급 확대는 지연되고 있다.
■ 일본의 LNG 수요, 다시 급등 조짐
미국 내 재생에너지 위축은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의 에너지 수급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일본은 탄소중립 목표와 전력 수요 급증 사이에서 가스발전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수정하고 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전체 발전 비중에서 천연가스(LNG) 비중을 20% 이상 유지할 계획이다. 미국산 LNG 도입 확대를 추진하던 일본 입장에서는, 미국 내 에너지 정책 불확실성 심화가 장기 공급 전략 재조정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근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만으로 안정적 전력 수급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천연가스와 같은 유연성 높은 에너지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LNG 수요의 구조적 확대를 예고하는 신호다.
■ 한국도 수급 전략 전환 시급
한국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풍력·태양광 확대로는 단기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 시장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한국도 천연가스 비축 확대, 공급선 다변화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LNG 기간계약과 스팟 도입 전략을 재점검하고, 비상시 수급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에너지 대전환기의 동반 변수
우드맥킨지는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풍력발전 성장세가 둔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는 일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대국들이 LNG를 포함한 가스 기반 에너지 체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재확인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