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주필]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는 지난 4월 24일 '체코 원전 프로젝트'에 대한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고 계약 체결 보류 명령을 해제했다. 이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체코전력공사(CEZ) 간 최종 계약 체결에 장애물이 없다는 공식 확인이다.
이번 체코 반독점 당국의 최종 판정으로 체코 원전 프로젝트는 순항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5년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중심의 ‘팀코리아’가 주도하는 대규모 국제 프로젝트로서 전 세계 원전산업에서 한국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총 사업비 24조 원 규모로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 부지에 최대 4기의 대형 원전을 건설하는 이번 사업은 체코 역사상 최대 투자 프로젝트로 평가받는다.
특히 지난해 7월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경쟁사인 프랑스전력공사(EDF)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이의 제기로 인해 난항을 겪었다.
그간 EDF와 웨스팅하우스는 입찰 절차의 투명성 문제와 한수원의 계약 이행 능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특히 웨스팅하우스는 국가 안보 예외 조항과 지식재산권 분쟁을 문제 삼았으나 올해 초 한수원과 분쟁을 중단하고 항소를 취하했다. 반면 EDF는 항소를 유지했으나 이번 법적 판단으로 사실상 경쟁에서 밀려났다.
이번 판결은 체코 정부와 한수원 간 계약 체결의 청신호로 작용한다. 양측은 5월 7일부터 22일 사이에 최종 계약 서명식을 가질 계획으로 행사 일정과 참석자 조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계약서 조율은 사실상 완료 단계이며 원전 운전 개시 후 전력 구매 계약(PPA) 운영 방식 등 세부 사항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PA는 일정 기간 정해진 가격으로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으로, 프로젝트의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다.
한수원과 체코전력공사 간 협상에서는 현지 기업의 참여 비율 문제도 중요한 쟁점이었다. 체코 정부는 원전 설계·조달·시공(EPC) 과정에서 현지 기업 참여율 30%, 건설 및 운영 과정에서는 60%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체코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을 위한 정책적 요구로 한국 측도 최대한 현지 기업 참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가 주요 발전기 납품을 맡고, 한전KPS와 대우건설 등 ‘팀코리아’가 각각 유지·관리와 건설 분야에 참여하는 등 협력 체계가 구축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원전 건설을 넘어 한수원과 한국 원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체코는 유럽 내에서 원전 비중이 높은 국가로 두코바니와 테믈린 원전은 체코 전력 공급의 핵심 인프라다. 이에 따라 체코 정부는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원전 건설을 절실히 원하며, 한수원의 기술력과 신뢰성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 합의는 이번 프로젝트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두 업체 간 분쟁이 해결되면서 체코 신규 원전 사업에서 ‘윈윈’의 협력 체제가 조성되었고, 이는 국제적 협업 모델의 좋은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계약 시기는 발주사의 결정에 달려 있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서 계약 체결과 프로젝트 실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이는 프로젝트의 규모와 복잡성을 감안한 현명한 접근으로 평가된다.
이번 체코 원전 사업 수주는 한국 원전 산업의 해외 시장 진출에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체코에 이어 유럽 내 다른 원전 프로젝트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며, 이는 국내 원전 산업의 지속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체코 반독점 당국의 EDF 항소 기각 결정은 ‘팀코리아’가 오랜 경쟁과 난관을 극복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신호탄이다. 곧 체결될 최종 계약은 단순한 건설 계약을 넘어 한국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국제 사회에 입증하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한수원과 체코 정부, 그리고 ‘팀코리아’가 긴밀히 협력해 성공적인 원전 건설과 운영을 통해 양국 간 에너지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