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주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약 26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의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며, 한국 원자력 산업의 해외 수출 신화를 다시 쓰게 됐다.
이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거둔 값진 성과로, 우리 원자력 기술력과 산업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쾌거라 할 수 있다.
오는 5월 7일 체코 프라하에서 최종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며,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그 의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체코 정부는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 배출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50년까지 50%로 늘리겠다는 계획 아래 두코바니 및 테멜린 원전 단지에 대한 추가 건설을 추진해왔다. 특히 두코바니 원전 5, 6호기 건설은 그 핵심 사업으로 한수원은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등 세계적인 경쟁사들과 치열한 경합 끝에 지난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한수원은 가격 경쟁력과 더불어 약속된 공사 기간을 준수하는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워 체코 정부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물론 최종 계약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탈락한 경쟁사들의 이의 제기와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으로 인해 당초 계획했던 올해 3월 계약이 지연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 분쟁을 중단하고 향후 협력하기로 합의하고 체코 반독점당국이 남아있던 EDF의 이의 제기를 최종 기각하면서 비로소 최종 계약 체결의 발판이 마련됐다.
이러한 과정은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수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풀어야 할 과제들을 잘 보여준다.
이번 체코 원전 사업은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전기술,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팀코리아'를 이루어 함께 참여하는 만큼 국내 원자력 산업 생태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설계부터 주기기 공급, 시공, 핵연료, 시운전 및 정비에 이르기까지 원전 산업 전반에 걸쳐 우리 기업들의 역량이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수주를 통해 체코 테멜린 원전 3, 4호기 건설 사업에서도 우선협상권을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열리면서 향후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체코 정부는 이번 사업비의 80%를 확보하고 대출 형식으로 사업비를 지원하며 발주사가 30년에 걸쳐 상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측면도 있지만 사업의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는 지속적인 관리와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 역시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주 확정을 환영하며 성공적인 계약 체결과 사업 이행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 또한 적기 준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는 단순히 해외 프로젝트 수주를 넘어 한국이 세계 원자력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플레이어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중요한 사건이다.
앞으로도 '팀코리아'의 역량을 바탕으로 해외 원전 시장에서의 추가적인 성과를 기대하며 한국 원자력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