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이상석 기자]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이 최근 5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재생에너지를 구매한 민간 기업으로 파악됐다.
태양광과 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및 전력구매계약(PPA) 체결을 통해 아마존은 에너지 소비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넘어 에너지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세계 각지에서 전력구매계약이 급증하는 가운데, 아마존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가장 큰 구매자로 기록됐다. 블룸버그NEF의 분석에 따르면, 아마존은 2023년 한 해에만 16개 지역에서 74건의 PPA를 체결하며 총 8.8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확보했다. 이는 2위인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같은 기간 확보한 3GW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아마존은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600개 이상의 태양광 및 풍력 프로젝트에 전력 구매자 또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프로젝트는 소규모 옥상형 태양광부터 수백MW 규모의 대형 발전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2023년 이후 아마존은 이들 PPA를 통해 자사의 전력 소비량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에너지 전략 수석인 패트릭 레너드는 “단순히 우리 회사의 소비 전력을 충당하는 수준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전력망의 전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AWS는 탄소 배출 계수가 높은 지역에 보다 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배치하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은 2025년 1월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인도 내 9개 프로젝트가 스웨덴에 동일한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설치할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탄소 배출 감축 효과를 낸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인도 전력망이 석탄 의존도가 높은 데 따른 것이다.
아마존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에너지 저장 기술을 통해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시간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현재까지 약 2.7GW 규모의 에너지 저장 및 에너지 퍼밍 기술(firming technologies)’ 프로젝트에 투자했으며,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태양광 발전량이 낮은 시간대에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배터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자사 데이터센터와 같은 高에너지 수요 시설을 위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 확보도 주요 과제다. 미시시피주에서의 데이터센터 확장 계획과 연계해 아마존은 그곳에서 650M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새로 구축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절약'을 리더십의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각 프로젝트의 경제성 또한 중요하게 평가하지만, 전력 구매자인지 공동 투자자인지 자격 여부에 따라 프로젝트의 수익성과 구조는 지역마다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아마존은 태양광·풍력·에너지 저장 외에도 원자력 발전을 차세대 전력 공급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아마존 관계자는 “태양광과 풍력은 매우 훌륭한 기술이고, 여기에 저장장치를 더하면 몇 시간 동안의 전력 공급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전력망은 하루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요구한다”며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이 유력한 해법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펜실베이니아주 서스쿼해나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며, 해당 발전소 운영사인 테일런 에너지와의 PPA 체결도 예정돼 있다. 아마존 측은 “이미 구축된 무탄소 발전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AWS의 성장 수요에 부응하면서도 탄소중립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마존은 미국의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기업인 엑스에너지에도 투자했다. 이를 통해 2030년대 초반 상업적 전력 생산을 기대하고 있으며, 고위험·고불확실 영역에서조차 혁신을 감수할 수 있는 규모의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최근 미국 내 프로젝트에서 차세대 설치 로봇을 활용하는 등 신기술 채택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차세대 태양광 모듈이나 배터리 기술 개발을 위한 직접적인 투자 계획은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원자력 분야에서는 초기 단계 기술에도 과감히 투자하며 시장 리더십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용어 설명
ㆍ에너지 퍼밍 기술(firming technologies)= 전력 공급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고 전력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주로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출력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에너지원을 보완하여 확정적·안정적(firm)인 전력 공급을 가능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