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의회/유럽 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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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에너지 이상석 기자]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앞두고 소규모 수입업체를 대거 면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수정한다. 유럽의회는 22일(현지시간), 연간 50톤 미만의 관련 제품을 수입하는 기업은 CBAM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찬성 564표, 반대 20표, 기권 12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이번 조치를 통해 전체 수입업체의 90% 이상이 행정절차 부담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CBAM 관련 보고 의무를 대폭 경감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개정안은 연간 수입량이 50톤 미만인 기업을 탄소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 총 약 18만 개 기업(전체 기업의 90% 수준)을 CBAM 의무에서 면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보고된 탄소배출량의 99%는 여전히 과세 대상에 포함돼, CBAM의 실효성은 유지된다는 것이 유럽의회의 판단이다.

해당 개정안의 보고를 맡은 안토니오 데카로 유럽의회 의원은 “CBAM의 본래 취지는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중소기업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합리적 조정”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2024년부터 본격적인 탄소비용 부과를 앞두고 있던 기존 규정을 대체하게 된다. 기존 CBAM 규정은 제품 수입금액이 150유로를 초과할 경우 모든 개인이나 기업이 탄소관세를 납부하도록 돼 있었다.

개정안에 따라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등 주요 제품을 수입하는 기업들은 오는 2026년부터 해당 제품에 내재된 탄소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증서를 구입해야 한다. 다만 이 CBAM 증서 거래 개시는 2027년 2월 1일로 1년 연기된 것.

한편, 앞서 2월 25일 공개된 개정안 초안에 따르면, 규정을 위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존의 최대 5배 수준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처벌 조항이 강화된다.

이번 유럽의회의 표결 이후, EU 회원국들은 다음 주에 각국 입장을 정리해 CBAM 최종 규칙에 대한 입법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EU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다수의 회원국 역시 전체 기업의 90%를 CBAM에서 면제하는 개정안에 지지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CBAM은 탄소규제가 느슨한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저가 제품으로부터 EU 역내 제조업체를 보호하고, EU 기업들이 생산거점을 미국 등 기후정책이 느슨한 국가로 이전하는 ‘탄소 누출’을 방지하기 위해 설계됐다. 해당 제도는 EU 배출권거래제(ETS) 하에서 역내 기업이 톤당 이산화탄소(CO₂)에 대해 지불하는 비용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요금을 역외 수입제품에도 부과함으로써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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