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부발전 전경
한국서부발전 전경

[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3일 태안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30분께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근로자 김충현(50) 씨가 밀링머신 작업 중 기계에 끼여 숨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김 씨는 한전KPS의 2차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으로, 사고 당시 홀로 기계를 다루고 있었으며, 기계에는 비상 스위치가 있었으나 작동시킬 동료가 부재한 상황이었다. 이번 사고는 2018년 12월, 같은 발전소에서 석탄운송용 컨베이어에 홀로 작업하다 숨진 채 발견된 김용균 씨 사건과 놀랍도록 유사. 당시 한국서부발전 하청업체 소속이던 김 씨의 죽음은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김용균법)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노동계는 법 제정 당시부터 위험 업무 도급 금지 조항 미흡 등을 이유로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며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 원청이나 사업주 처벌 강화에도 불구, 처벌 하한선이 없고 실제 처벌 수위도 낮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실제로 김용균 씨 사망 사고 당시 원청 대표는 1심부터 대법원까지 무죄 선고 받아. 법원은 대표이사의 책임을 현장 안전 점검 및 예방 조치와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 이처럼 법의 소급 적용 불가와 책임자 처벌 미흡은 현장 변화를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되었다.

노동자들은 김용균법 시행에도 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변화가 없어 사고가 반복된다고 분석.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안전 확보가 어렵다는 것. 이번 사고 역시 안전 인력이 현장소장 한 명뿐이었다는 게 노조 측 주장.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 집행위원장은 "원청이 하청업체 안전관리에 개입하면 불법파견 소지가 있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결과를 만든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은 김용균 사고 이후 안전 설비 보강 등에 725억 원을 투자했으나, 이러한 노력이 하청업체의 실질적인 안전 관리 강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화력발전소 폐쇄 등을 이유로 현장 인력을 감축한 것도 사고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 김영훈 한전KPS 비정규직 지회장은 "원칙적으로 2인 1조 작업이 맞다"며 "인력 감축으로 원칙을 못 지키게 한 원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성명을 내고 "김용균이 떠난 지 6년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경찰과 노동 당국은 작업일지와 현장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보한 뒤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현장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 하청업체인 한전KPS, 김씨가 속한 회사 관계자도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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