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재생 에너지와 기존 산업 모두에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음을 표현 / 박명종 기자
중국이 신재생 에너지와 기존 산업 모두에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음을 표현 / 박명종 기자

[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25년간 급성장한 중-라틴아메리카 교역

중국이 라틴아메리카에서 급속히 영향력을 확대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패권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중국은 이 지역 수출의 2% 미만에서 시작해 현재 라틴아메리카의 두 번째 교역 상대국이자 남미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급속한 성장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힘입은 것으로, 베이징 정부는 이를 통해 주요 신흥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특히 에너지 및 인프라 사업에 대한 대규모 차관 제공이 핵심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

석유 담보 차관과 베네수엘라 전략

중국의 라틴아메리카 진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석유로 상환되는 차관 정책이다. 베네수엘라는 이 정책의 최대 수혜국으로, 중국으로부터 약 600억 달러의 국가 차관을 받았다. 이는 2위 차관국인 브라질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러한 차관 정책은 단순한 경제적 거래를 넘어 정치적 영향력 확대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와 같은 반미 성향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의 전통적 세력권에 도전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공급망 선점 전략

중국은 전통 에너지 분야뿐만 아니라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의 "리튬 트라이앵글"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며 청정 에너지 공급망 강화에 큰 진전을 이루었다.

반면 미국은 남미에서 유사한 협정을 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주 지역의 복잡한 정치·지정학적 역사로 인해 많은 라틴아메리카 지도자들이 무역 파트너로서 미국보다 중국을 선호하는 상황이다.

권위주의 정부 지원 논란

미국의 우려는 중국이 권위주의 정부들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반서방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관계위원회(CFR)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라틴아메리카의 관계 강화가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등 권위주의 정부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육군 전쟁대학의 에반 엘리스 교수는 이러한 역학 관계를 "포퓰리즘의 온상"이라고 표현하며, "중국이 반민주주의 정권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반민주주의 정권이 중국이라는 자발적인 파트너를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의 중국 정책과 대만 고립

중국의 라틴아메리카 진출은 '하나의 중국' 정책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베이징이 대만의 주권을 인정하는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를 거부함에 따라, 최근 몇 년간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대만 지지가 현저히 감소했다. 현재 이 지역에서 대만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국가는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이다.

트럼프 정책이 중국에 기회 제공

트럼프 행정부의 현재 정치적, 경제적 공세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글로벌 에너지 시장 장악 목표에 도움이 되고 있다. 그의 관세 정책은 중국과의 국제 협력 강화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베이징에 거대한 시장을 열어주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기후 재정 삭감은 중국이 전 세계 신흥 경제국들과 협정을 체결하고 에너지 부문에 깊이 관여할 수 있는 거대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청정 에너지 전쟁에서 중국이 승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정책 전환 필요성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바이든 행정부의 물가상승률 감축법을 폐지할 경우 "미국 제조업과 무역에 타격을 입히고 중국 등 주요 경쟁국에 최대 800억 달러의 투자 기회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글로벌 에너지 시장 장악은 단순한 경제적 경쟁을 넘어 국제 정치질서의 재편을 의미한다. 미국은 청정 에너지 경쟁에서 중국에 완전히 양보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전략으로 대응할 것인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 용어 설명 : 차관(借款, 영어: credit)은 어느 나라 정부은행 또는 회사 등이 상대국의 정부, 은행 또는 회사에 대하여 장차 필요할 경우에 일정한 융자를 받을 것을 예약 혹은 차입한 신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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