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재생 에너지와 기존 에너지 산업에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신재생 에너지와 기존 에너지 산업에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지난 25년간 중국은 중남미 전체 수출에서 2%에도 못 미치던 점유율에서 출발해, 오늘날 남미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중남미 전체 2위 무역국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경제적 도약의 중심에는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전략과 에너지 인프라 투자 외교가 있다.

중국은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국책 대출을 통해 에너지 자산을 지렛대로 확보해왔다. 베네수엘라만 해도 약 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국책 대출을 받았으며, 대부분 원유로 상환하는 구조다. 이는 브라질(2위 수혜국)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로, 중국이 단순 원자재 구매국이 아닌 에너지 금융의 주요 조율자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리튬 삼각지대’와의 결속… 미국은 관망, 중국은 투자

중국은 남미의 핵심 청정에너지 공급망에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아르헨티나·칠레·볼리비아의 ‘리튬 삼각지대(lithium triangle)’는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60%를 차지하며, 중국 기업들이 이 지역에 대규모 채굴 및 가공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남미와의 정치적 복잡성과 미국 내 보호주의 우선 정책으로 인해, 동등한 수준의 광물공급망 협정 체결에 실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남미 주요국들이 중국에 대한 우호적 무역 태도를 보이고, 대만과의 외교관계는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는 점도 중국의 소프트파워 확대 전략을 뒷받침한다.

■ 미국, 기후·에너지 공백이 ‘중국의 기회’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관세정책과 기후재정 축소 기조는 중국에 더 큰 공간을 제공했다. 특히 미국이 기후금융 후퇴를 선택하면서, 중국은 전 세계 신흥국들과 청정에너지·인프라 협약을 체결하며 영향력을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이 기후 금융을 대폭 축소함으로써 중국이 전 세계 신흥 경제국들과의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이들 국가의 에너지 부문과 경제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는 주요 기회의 통로가 열렸다.

최근 Politico의 기사 제목이 “트럼프의 청정에너지 전쟁에서 중국(그리고 모든 나라)이 승리한다”고 크게 보도한 것처럼, 모든 정황을 볼 때 트럼프 행정부는 청정에너지 경쟁에서 사실상 중국에 주도권을 넘기고, 대신 다른 시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곧 중국이 글로벌 청정에너지 공급망의 주도권을 거의 독점하게 될 가능성을 의미하며, ‘소프트파워 에너지 블록’의 형성이라는 새로운 지정학적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용어 설명 : 

·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안한 대규모 글로벌 인프라 개발 및 경제 협력 프로젝트다. 일대일로는 고대 실크로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지의 150여 개 국가와 지역을 도로, 철도, 항만, 에너지 등 다양한 인프라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를 통해 무역 확대와 경제 성장, 국제적 영향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참여국들은 중국의 자본과 기술을 바탕으로 인프라 확충과 경제 발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일대일로는 일부 국가에서 부채 부담과 환경 문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 등 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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