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정치적 분열 상태에 있는 리비아가 미국에 700억 달러(약 95조 원)에 달하는 경제 파트너십을 공식 제안했다.
리비아 서부를 실질적으로 통치 중인 압둘 하미드 드베이바(Abdul Hamid Dbeibeh) 총리는 최근 미국 아프리카 특별 고문 마사드 불로스(Massad Boulos)와 회담을 갖고, 에너지·광물·인프라 등 전략 산업 전반에 걸친 협력 구상을 전달했다.
이번 제안은 리비아 국내 정치가 여전히 트리폴리(서부)의 드베이바 정부와 동·남부 지역의 하마드(Hammad) 정부로 양분되어 있는 가운데, 드베이바 정부가 국제사회를 상대로 정당성과 리더십을 부각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 美 기업 대상 시장 개방 의사… 유전 개발·자원 협력 본격 추진
회담에서는 미국 기업들의 리비아 시장 진출을 공식적으로 환영하며, 특히 육·해상 유전 광구 개발과 수익 공유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리비아는 오랜 내전에도 불구하고 북아프리카 최대급의 석유·가스 매장량을 보유한 산유국으로, 서방 에너지 수급 전략에서 지정학적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
양측은 에너지 외에도 전력망 현대화, 병원 및 통신 인프라 구축, 희유금속을 포함한 광물 탐사 등 광범위한 경제 협력의 틀을 구성하고, 미국 기업이 기술과 자본을 제공하는 방식의 파트너십을 검토 중이다.
■ 경제 협력을 통한 정치적 정당성 확보 시도
드베이바 정부의 이번 행보는 정치적 정당성 확보와 대외 인식 개선이라는 이중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유엔(UN)은 리비아 통합 정부 구성과 총선 추진을 위한 중재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나, 분열된 행정 체계와 지역 세력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라는 글로벌 파트너와의 경제 외교를 선제적으로 전개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실질적 통치 역량을 과시하고,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국가 재건의 기반을 다지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 에너지 중심 외교 확대 가능성… 북아프리카 자원 경쟁 불붙나
리비아의 이번 대규모 제안은 단순한 양자 경제 협력을 넘어, 북아프리카 전역의 에너지 외교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알제리, 이집트, 모로코 등도 자원·수소·전력 인프라 분야에서 미국 및 유럽과의 전략적 협력을 확대 중이며, 이에 리비아 역시 정치 리스크를 상쇄할 만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에너지 안보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리비아발 '자원 외교 제안'이 향후 서방의 전략적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