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충돌·탄소중립 역풍 속 에너지 외교와 공급망 다변화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지 편집
미중러 충돌·탄소중립 역풍 속 에너지 외교와 공급망 다변화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글로벌 에너지 안보는 단순한 공급 이슈를 넘어 지정학, 산업정책, 기후정책이 얽힌 총체적 안보로 재정의되고 있다. 25일 서울에서 열린 '2025년 한국가스연맹 조찬간담회'에서 안세현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前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는 "워싱턴의 에너지 정치 매커니즘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국제 에너지 질서를 해석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급변하는 세계 에너지 안보 환경 속에서 한국의 현실과 대응 전략을 진단했다.

■ 미중러 에너지 삼각전…"워싱턴 에너지 정치가 핵심 변수"

발표는 먼저 글로벌 에너지 안보의 핵심 변수를 ‘미국 대선’으로 지목했다. 에너지 메이저 기업들의 정치자금은 워싱턴 정치를 좌우하는 수준이며, 미국의 에너지정책은 반도체·산업·기후·외교정책 전반에 직결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LNG 지배력 강화와 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은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은 에너지 분야에서도 관철되고 있다. 말라카 해협, 호르무즈 해협, 메콩강 등 세계 주요 에너지 초크포인트를 둘러싼 전략 경쟁은 ‘BRI(일대일로)’와 ‘IPS(인도태평양전략)’이 충돌하는 지정학적 격전지로 재조명된다. 중국은 석유의 75%를 수입에 의존하며, 그 수송로 대부분이 미국의 해양통제망 하에 놓여 있다.

■ 에너지 안보의 불편한 진실…탈탄소와 현실 사이의 괴리

유럽의 에너지 정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탈러시아, 탈탄소, ESG 확산이라는 이상적 담론은 현실의 지정학적 충격 앞에 무력해졌으며, COP 체제는 국가 간 이해관계 충돌로 구속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다.

유럽이 러시아 가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LNG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에너지 전략에 장기적으로 종속되는 구조이기도 하다. 안 교수는 “유럽은 지금 최대의 에너지·경제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 한국,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야…에너지 동맹·자원외교 시급

한국의 대응 전략과 관련해, 안 교수는 “한국은 아직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기를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류세 인하나 LNG 관세 면제와 같은 단기적 조치는 위기 실체를 가리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사우디, UAE, 카타르, 호주 등 에너지 강국과 에너지 안보 동맹을 구축하고 △전략적 석유 비축 체계를 확대하며 △실현 가능한 에너지 믹스 정책 수립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발표의 핵심이다. 특히 전문가 중심의 기술·정책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 방향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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