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재집권 이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흐름은 또 한 번의 중대한 균열을 맞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즉시 “에너지 주권 회복”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LNG 수출 허가 제한, 그린보조금 폐지, 에너지 관련 대외 원조 축소 등 일련의 보호무역 조치를 연이어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곧 미국 이외의 에너지 공급망 재편을 자극하고 있으며, 특히 중동과 중국 간의 에너지 협력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가 중국 ENN 및 Zhenhua와 체결한 대규모 LNG 장기계약,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의 對중국 원유 수출 확대가 대표적 사례다.
■ 脫서구 강화하는 중동…중국과의 에너지 블록화 본격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유럽과 일본 등 전통적 우방국과의 에너지 공급 연계는 불확실성이 커졌고, 중동 산유국들은 실용적 파트너십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다. ADNOC은 베이징에 신규 사무소를 개설하고, 중국 기업들과 직접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사우디 아람코도 위안화 결제를 기반으로 한 중국 전용 원유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달러 중심의 국제에너지 거래 시스템에서 탈피하려는 중동의 의지이자, 중국이 추진해온 ‘글로벌 남반구(GS) 전략’과도 정합성을 갖는다. 공급의 안정성과 금융 독립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중동-중국 연대는 더 이상 전략적 대안이 아니라 ‘기본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 미국 고립주의의 역설…中-中동 에너지 연대 촉진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2기의 고립주의는 중동과 중국의 에너지 관계를 더 밀접하게 만드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산 LNG의 공급 조건 강화, 수출량 제한, 외국 국영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은 아시아 국가들이 대체 공급선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중국은 이에 발맞춰 중동발 에너지 수입의 구조를 다변화하고, 장기계약을 확대하는 동시에 결제 시스템·운송 인프라·공동 투자 등을 묶은 ‘패키지 협력’을 전방위로 확대 중이다. ADNOC과 Zhenhua가 체결한 일부 계약이 Brent와 JKM(일본-한국 LNG 가격 지표) 혼합 방식으로 구성된 점도,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교한 조정의 결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