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서 가스로, 중동 자본이 서구 에너지 메이저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석유서 가스로, 중동 자본이 서구 에너지 메이저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 등 중동 석유 자이언트들이 본격적으로 LNG 시장에 뛰어들며 글로벌 가스 공급지형 재편이 시작되고 있다. 이들 국영 에너지기업들은 2030년까지 LNG 생산 능력을 현재 대비 거의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며, 이를 위해 미국, 호주, 페루 등지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작 투자를 속속 진행 중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움직임은 ADNOC의 산토스(Santos) 인수 제안이다. ADNOC의 투자 자회사 XRG PJSC는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에 187억 달러에 달하는 인수 제안을 제출, 금요일 종가 대비 약 30%의 프리미엄을 책정했다. 산토스는 향후 LNG 생산량을 2030년까지 50% 확대할 계획이며, 이번 제안은 고성장 잠재력을 노린 중동의 자본력 집중이란 평가다.

■ “LNG 수익률, 석유보다 낫다”…중동, 트레이딩 거점 확대도 본격화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Accenture)의 오간 코제(Ogan Kose) 전무는 “LNG는 현재 모든 탄화수소 에너지원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석유·화학 대비 높은 마진 구조와, 전 세계적 전환기 에너지 수요 증가에 힘입어 중동 에너지 기업들이 LNG를 ‘차세대 현금창출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 생산 확장을 넘어 에너지 트레이딩 주도권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등 중동국가들이 트레이딩 데스크를 확대하며 셸(Shell)·BP 등 서구 메이저들과의 본격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가격 변동성이 극심한 글로벌 LNG 시장에서 트레이딩은 수익 다변화를 위한 핵심 전략이다.

■ 美·豪 프로젝트에 투자 러시…지연된 LNG 개발사업, 중동 자본이 메운다

LNG 프로젝트의 특성상 초기 투자 부담과 공정 지연 위험이 커,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막대한 유동성을 확보한 중동 국부펀드 및 국영기업들은 이러한 ‘시장 공백’에 적극 투자자로 나서며 에너지 헤게모니 확대에 나서고 있다.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는 미국 골든패스 LNG(Golden Pass LNG) 프로젝트에 70% 지분을 보유, 77→160MMtpa(연간 1600톤)로 대규모 증산을 완료했다. 이는 북미-아시아 수출 거점 확보의 전략적 전진기지로 평가된다.

사우디 아람코(Aramco)는 호주 미도션 에너지(MidOcean Energy)에 이어 페루 LNG 지분 확보에 나섰으며, LNG 포트폴리오 기반을 다국적화하고 있다.

쿠웨이트석유공사(KPC)는 미국 루이지애나 LNG 프로젝트 지분 참여를 위한 우드사이드(Woodside Energy)와 협상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약 2760만 톤/년 규모로, 1단계 개발 비용만 16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와 함께,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Petronas) 등 동남아 국영기업들도 LNG 해외 생산 확대에 동참하면서, 아시아 중심의 LNG 생산·거래 축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LNG, 새로운 중동의 석유”…자원전환 시대 주도권 확보 나선다

중동 국가들의 전략은 명확하다. 탄소중립 기조 속 ‘석유의 시대’가 저무는 시점에서, LNG를 새로운 전략 자산으로 재배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LNG는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이자,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향후 미국·유럽 메이저 에너지 기업들과의 글로벌 트레이딩 경쟁, 그리고 LNG 기반 수소·암모니아 연료 전환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까지 포괄하는 중동발 LNG 확장 전략은 향후 10년간 에너지 시장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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