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카타르에서 출발한 LNG 운반선 Al Bidda(알 비다호)가 당초 목적지였던 벨기에를 대신해 인도양을 거쳐 싱가포르로 항로를 전환했다. 이는 최근 아시아 지역의 급격한 수요 증가로 인해 카타르산 LNG가 유럽 대신 아시아 시장으로 우선 공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분석된다.
이번 선회 결정은 단순한 물류 조정이 아니라, 여름철 이상기온과 수급 구조 변화에 따른 글로벌 LNG 트레이딩 전략의 유연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일본 중심 북아시아, 이상고온에 따른 현물 수요 급증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북아시아 지역은 현재 평년 대비 높은 기온이 이어지며, 에어컨 가동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함께 천연가스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 에너지 기업들이 현물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LNG를 구매하면서 아시아 스팟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은 통상적인 장기계약 물량 외에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카타르산 LNG를 중심으로 단기거래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중동발 LNG 선박의 항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 유럽은 여전히 공급 안정… 노르웨이 가스 유입 증가도 변수
한편 유럽도 최근 고온 현상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연가스 저장량은 예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노르웨이산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이 이달 들어 증가세를 보이면서, 유럽 내 LNG 추가 수요 압력은 일시적으로 완화된 상태다.
이로 인해, 중동·미국 등 주요 LNG 수출국들은 유럽 대신 단기 가격이 더 높은 아시아 지역으로 물량을 재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 남미까지 수요 확산… 기후변화가 LNG 트레이딩 지형 흔들어
흥미로운 점은 남미에서도 LNG 수요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지역에서 기온이 평년보다 낮아지며 난방 수요가 비정기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브라질과 칠레 등은 전력 수급 안정화를 위해 추가 LNG 구매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기후 이상과 지역별 전력 수요의 불균형은 글로벌 LNG 시장에 계절성과 지역성을 넘는 수급 재편을 야기하고 있으며, 기후 변화가 단기 트레이딩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