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중국의 LNG 시장이 한때 '무한 성장'을 약속하는 듯했지만, 최근 여러 변수로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 에너지 안보, 대체 에너지원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LNG 수요는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스 수출국들은 오랫동안 LNG가 중국의 석탄을 대체하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핵심 수단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국내 가스 생산, 파이프라인 수입, 재생에너지의 가파른 성장, 그리고 LNG 고가격 문제가 맞물리며 LNG의 역할은 제한되고 있다.
■ LNG, 석탄 대체 실패…비싼 가격과 재생에너지 확산 영향
전력 부문에서 LNG는 높은 비용 탓에 여전히 석탄 사용량을 줄이는 데 실패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가격경쟁에서도 LNG를 압도했다. 2024년 기준, 중국의 태양광과 풍력 설치 용량은 1,408GW로 2030년 목표를 이미 초과 달성했으며, 이는 가스발전 단가보다 MWh당 30~90달러 저렴하다.
페트로차이나(PetroChina) LNG 및 신에너지 글로벌 총괄 야오위 장(Yaoyu Zhang)은 "태양광과 풍력의 비용이 천연가스보다 낮아지면서 대규모 석탄-가스 전환이 심각하게 저해됐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2024년에도 40GW 규모의 석탄 발전소 건설을 승인하는 한편, 천연가스 발전 확대는 억제하고 있다. 14개 주요 석탄 생산 지역에서는 가스발전이 ‘제한적(restricted)’ 용도로 분류됐다.
■ LNG 수요 회복? 속내는 ‘구조적 둔화’
겉으로는 2024년 중국의 LNG 수입이 전년 대비 9% 증가해 1억600억㎥(7,800만 톤)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2021년 사상 최고치에 비해 여전히 2% 낮은 수준이며, 수입 성장률도 2023년보다 둔화했다. 이는 코로나19 여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고가격 LNG 회피, 그리고 경제 성장 둔화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다. 2022년에는 LNG 수요가 19% 급감하기도 했다.
중국은 대량의 장기계약을 체결해 향후 공급을 확보했지만, 대부분 미국과 체결한 유연한 물량(flexible destination)이 많아 필요시 해외로 재판매할 수 있다. 이는 세계 LNG 시장의 공급 과잉을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 자국산 가스·파이프라인 수입 증가…LNG 대체 본격화
중국은 2024년 가스 소비량이 4280억㎥로 전년 대비 30.7억㎥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자국 내 생산으로 충당됐다. 시촨(Sichuan), 오르도스(Ordos), 타림(Tarim) 분지 등에서 비전통·초심도 가스 개발이 가속화됐다.
또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로부터 파이프라인 수입이 대폭 늘고 있다. 특히 시베리아의 힘-1(Power of Siberia-1) 파이프라인은 2025년까지 연 380억㎥ 수송능력을 달성할 예정이다. 추가로 극동 파이프라인(Far East Pipeline)과 시베리아의 힘-2(Power of Siberia-2)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IEEFA(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 Institute for Energy Economics and Financial Analysis)에 따르면, 중국 국내 가스 생산비용은 MMBtu당 약 5달러로, 파이프라인 수입(8~10달러)이나 LNG 수입(13달러 이상)보다 훨씬 저렴하다.
■ 산업·운송 부문에서도 LNG 성장에 제동
산업 부문에서도 LNG 확장은 쉽지 않다. 철강 등 주요 산업에서는 여전히 석탄 기반 생산이 압도적이며, 비석탄 방식으로 전환하는 신규 투자는 미미하다. 운송 부문에서는 LNG 트럭 수요가 빠르게 증가해 2024년 상반기에는 전체 중대형 트럭 판매의 35%를 차지했다.
그러나 하반기 LNG 가격 상승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또한 배터리 전기 트럭 판매가 급증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LNG 트럭 수요 역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 에너지 안보 고려…LNG 전략적 한계 뚜렷
LNG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 문제에서도 한계가 있다. 주요 공급국인 미국과 호주와의 긴장 관계로 인해 중국은 LNG 대신 자국산 에너지와 인근 국가로부터의 수입 확대를 선호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중국은 해외로 LNG 물량을 재판매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글로벌 LNG 시장의 공급 과잉과 투자 수익성 저하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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