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시베리아의 힘 2(Power of Siberia 2)'는 러시아가 유럽 가스 시장을 상실한 이후 동아시아, 특히 중국으로의 수출 확대를 꾀하며 구상한 대형 가스관 프로젝트다. 기존의 ‘시베리아의 힘 1’이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중국 북동부로 이어지는 관로였다면, ‘시베리아의 힘 2’는 야말반도에서 몽골을 경유해 중국 북부로 가스를 공급하는 전략적 루트로 설계되었다. 연간 수송 능력은 약 500억㎥로, 이는 노르트스트림1과 맞먹는 규모다.
그러나 프로젝트는 수년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2023년 착공을 목표로 했으나, 자금 부족과 중국 측의 소극적 태도, 몽골 내 정치적 리스크 등으로 착공은 지연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국제 제재로 금융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자체 자금으로 이 거대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관건은 중국의 태도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의 힘 2’가 가즈프롬의 새로운 수출 활로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시베리아의 힘 1’을 통해 연간 약 220억㎥의 가스를 공급받고 있는 중국은 에너지 다변화 전략 속에서 LNG 및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고 있어, 굳이 고정 공급계약에 묶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은 카자흐스탄 및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이미 관로를 통해 가스를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베리아의 힘 2’는 중복투자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몽골 정부는 통과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경제적 타당성과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는 여전히 미완이다.
‘시베리아의 힘 2’는 러시아의 전략적 희망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자금, 정치, 지정학적 변수 등 다중 리스크에 둘러싸인 이 프로젝트는 가즈프롬의 위기 상황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상징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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