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이번 러-이란 가스 협력은 양국의 고립을 돌파하려는 ‘지정학적 에너지 연대’ 시도지만, 구조적 제약과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단기간 내 의미 있는 에너지 판도 변화를 이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러-이란 가스 협력은 양국의 고립을 돌파하려는 ‘지정학적 에너지 연대’ 시도지만, 구조적 제약과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단기간 내 의미 있는 에너지 판도 변화를 이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러시아와 이란이 아제르바이잔을 경유하는 새로운 가스 파이프라인 구축에 합의하며, 에너지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번 협정은 2024년 1월 17일 테헤란 방문 중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쉬키안(Masoud Pezeshkian) 이란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이후 공식화됐다.

이번 합의에 따라, 러시아는 초기 연간 20억㎥를 시작으로, 최대 550억㎥까지 가스를 이란에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이는 과거 유럽에 공급했던 노르트스트림(Nord Stream) 파이프라인의 용량에 맞먹는 규모다. 이란은 잉여 수입 가스를 제3국에 재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으며, 30년간 최대 120억 달러에 이르는 수익이 기대되고 있다.

이란과 러시아는 이미 카타르·투르크메니스탄과 함께 가스 허브 구축, 전자 가스거래 플랫폼 개설, 가스 스왑(swap) 시스템 확대 등 다양한 협력안을 모색 중이다. 이란 북부에서는 러시아산 가스를 소비하고, 남부에서는 자국산 가스를 파키스탄 등으로 재수출하는 이른바 ‘가스 허브+트랜짓 수출’ 모델도 검토되고 있다.

■ 이란, ‘가스 강국’이지만 국내 인프라 취약

OPEC 기준 세계 2위(33.9조㎥)의 가스 매장량을 보유한 이란이지만, 국내 인프라 부족과 비균형적 가스화로 인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북부 지방은 만성적인 가스 부족을 겪고 있으며, 터키(연 100억㎥), 이라크(40억㎥) 등으로의 수출 계약도 반복적으로 이행에 실패해왔다.

현재 이란이 수입 또는 스왑 형태로 받을 수 있는 가스는 일일 3억㎥ 규모로 추산되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송전망, 저장시설, 안전 인프라 전반에 걸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 경로는 ‘아제르바이잔’…그러나 정치 변수 산재

가장 현실적인 수송 경로는 아제르바이잔 경유 루트다. 이미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은 모즈도크-마하치칼라-카지마고메드(Mozdok-Makhachkala-Kazi Magomed)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돼 있고, 이는 현재 최대 50억㎥까지 공급 가능하다.

아제르바이잔과 이란을 잇는 하즈가불-아스타라-아바단(Hajiqabul-Astara-Abadan) 관로도 존재하지만, 현재 연간 5억㎥ 수준으로 가동 중이며 최대 100억㎥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테헤란-바쿠 간 신뢰 부족, 러시아-아제르바이잔 간 서방 공조 견제, 서방 제재하의 자금 문제 등 복합 리스크는 여전히 크다.

■ 가격 협상 난항…"중국과의 ‘시베리아의 힘 2’ 협상처럼 지연될 수도"

가즈프롬(Gazprom)과 이란 간의 가스 공급 단가 협상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란은 1,000㎥당 약 100달러를 희망하고 있으나, 러시아 측은 수익성 우려를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협상이 과거 러시아-중국 간 ‘시베리아의 힘 2(Power of Siberia 2)’ 가격 협상처럼 수년간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란이 실제로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할 수 있을지 여부는 국제 제재 완화 여부와 직결된다. 국영기업 우선매입 조항, 외환 결제 제한, 국제 수요 부족 등은 이란의 허브화를 가로막는 현실적 장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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