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아시아 시장에 '올인'하려는 전략에도 불구하고, 제재 장기화와 물류 비용 상승, 인프라 부족 등 다중 리스크가 겹치고 있다. /이미지 편집
러시아가 아시아 시장에 '올인'하려는 전략에도 불구하고, 제재 장기화와 물류 비용 상승, 인프라 부족 등 다중 리스크가 겹치고 있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원유 시추 활동을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확대하고 있다.

블룸버그(Bloomberg)가 입수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생산용 원유 시추량은 올해 1~2월 평균 2370km(약 780만 피트)를 기록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첫 3년 동안 기록한 동계 시즌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추 속도 증가가 OPEC+ 산유국 간 감산 완화 계획에 대비하는 동시에, 일부 국제 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 에너지업계 컨설팅 회사인 이머징 마켓 오일앤가스 파트너스(Emerging Markets Oil & Gas Consulting Partners) 소속 로널드 스미스(Ronald Smith)는 "러시아의 원유 및 콘덴세이트 생산능력은 하루 1100만~1150만 배럴로 2016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의 석유 서비스 산업은 대부분 제재 체제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고 덧붙였다.

수평 시추 비중 급증…서부 시베리아 집중

현재 러시아 석유산업의 전략은 특히 서부 시베리아 지역의 성숙한 유전을 대상으로 수평 시추(Horizontal Drilling)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러시아 전체 시추 작업 중 수평 시추 비중은 2020년 50%에서 현재 약 66%로 상승했으며, 서부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80%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 비율이 2030년경 9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미국 퍼미안 분지(Permian Basin)와 유사한 시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기술적 한계는 존재한다. 러시아는 서방의 기술 제재로 인해 수평 길이 짧아짐, 프래킹(Fracking) 단계 축소, 정밀도 저하 등의 부분적 퇴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탐사 시추는 부진…장기적 리스크 요인

러시아의 새로운 유전 발견을 위한 탐사 시추는 크게 위축됐다. 올해 1~2월 탐사 시추량은 월평균 46km로, 지난해 같은 기간 68km, 전쟁 발발 전인 2022년 겨울 75km에 비해 급격히 감소했다.

이는 시장 불확실성, 낮은 유가, 높은 차입 비용, 숙련 인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또한, 북극·해양 복합지층 개발에 필요한 첨단 장비와 기술이 EU·미국의 수출 금지로 차단된 것도 주요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는 기존 매장량을 활용해 버틸 수 있지만, 2035년 이후 서부 시베리아 유전의 본격 고갈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탐사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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