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한때 크렘린의 자존심이자 외교의 핵심 수단이던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Gazprom)이 연이은 적자와 글로벌 철수로 위기를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시장 대부분을 잃은 가즈프롬은 2023년 약 70억 달러, 2024년 약 10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은 향후 10년간 누적 손실이 179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내놨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경영 악화가 아닌, 러시아 에너지 전략 자체의 구조적 실패를 의미한다.
■ 본사 인력 40% 감축…해외 철수 본격화
이 같은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러시아 정부는 가즈프롬 본사의 인력을 최대 40%까지 감축하고, 해외 자산을 매각하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미 가즈프롬은 볼리비아, 인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베네수엘라 등에서 에너지 프로젝트를 철수한 상태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샤파크티(Shahpakhty)’ 프로젝트는 생산분배계약(PSC) 종료와 함께 완전 철수되었다.
이들 프로젝트는 한때 러시아의 '글로벌 에너지 팽창 전략'의 상징이었지만, 전쟁 장기화와 국제 제재, 자금 부족으로 더는 유지가 불가능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아시아 수출 전환도 '빨간불'…중국의 냉정한 반응
유럽 시장을 상실한 가즈프롬은 아시아 시장으로의 수출 확대를 모색했으나, 그마저도 순탄치 않다. 최근 중국은 가즈프롬이 제안한 ‘카자흐스탄 경유 추가 수출 계획’을 공식 거부했다. 중국은 "기존 관로는 이미 과부하 상태이며, 추가 수송을 위해선 새로운 관로를 건설해야 하는데 이는 비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인정한 유일한 확장 경로는 ‘시베리아의 힘 2(Power of Siberia 2)’이지만, 이 역시 2023년 착공이 지연되고 있고, 자금 부족으로 추진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 러시아 에너지 패권의 해체…중앙아시아도 거리두기
한편,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을 재고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최근 자국민 탄압을 이유로 러시아산 가스 구매량 축소를 시사하며, 공급 다변화 전략에 나섰다.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러시아의 영향력 약화와 국제정치적 고립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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