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LNG를 둘러싼 지정학적 역학 구도는 ‘EU 퇴출–중국 유입’이라는 이중 트랙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 편집
러시아 LNG를 둘러싼 지정학적 역학 구도는 ‘EU 퇴출–중국 유입’이라는 이중 트랙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유럽연합(EU)이 오는 5월 러시아산 LNG 수입을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탈러시아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 북극권의 LNG 수입 확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주러시아 장한후이(Zhang Hanhui) 대사는 최근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산 LNG 수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중국은 러시아의 야말 LNG(Yamal LNG) 및 사할린-2(Sakhalin-2) 프로젝트에서 연간 수백만 톤 규모의 LNG를 도입하고 있으며, 제3의 북극 프로젝트인 Arctic LNG 2가 제재로 멈춘 상태에서도 해빙기 재가동 가능성을 주시 중이다.

Arctic LNG 2는 러시아의 노바텍(Novatek)이 주도하는 북극권 메가 프로젝트로, 2024년 여름부터 미국의 제재로 인한 공정 지연과 운송 차질을 겪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위성사진을 통해 생산설비(Train 1, Train 2)에서 플레어링(가스 연소)이 관측되면서, 여름철 생산 및 출하 재개를 준비 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북극 우트레니(Utrenney) LNG 터미널이 위치한 옵 만(Ob Bay)은 7월부터 해빙되며 일반급 LNG선 접근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Arctic LNG 2의 직접 중국 수출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캄차카 해역의 부유식 저장 바지선 ‘코랴크(Koryak)’를 통한 선박간 환적(ship-to-ship transfer) 방식이나 제3국 경유 재수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저장설비 자체도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으나, 중국 정부의 묵시적 승인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EU는 러시아 LNG 수입 중단을 위해 다양한 외교적 조율을 거치고 있다. 프랑스, 벨기에 등 일부 국가는 여전히 Arctic LNG 수입을 유지하고 있으며,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 의존도가 높아 EU 전체의 만장일치 결론 도출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동시에, EU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 완화를 위해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약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에너지로 보상하라”는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의 플라크민스 LNG(Plaquemines LNG) 등 신규 프로젝트가 유럽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배경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단기 에너지전망보고서(STEO, Short-Term Energy Outlook)는 미-EU 간 LNG 협력 확대가 본격화될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반면,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러시아 LNG는 중국 시장에서 더 경쟁력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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