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정책 등 외부 충격으로 시장 변동성이 높은 만큼 유럽 각국은 '지금 보조금을 주고 채울지, 나중에 대가를 치를지'라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 /이미지 편집
미국 관세정책 등 외부 충격으로 시장 변동성이 높은 만큼 유럽 각국은 '지금 보조금을 주고 채울지, 나중에 대가를 치를지'라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유럽 최대 천연가스 저장국인 독일이 이번 여름 비축 시즌 초반부터 고전하고 있다. 겨울철 이후 최소 수준으로 줄어든 비축량을 회복해야 하지만, 시장가격에 모든 것을 맡긴 전략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몇 주간 독일은 가스 저장 공간을 민간에 경매 방식으로 배정하고 있다.  독일 에너지 안보 공기업(Securing Energy for Europe GmbH)에 따르면, 저장 공간에 대한 입찰자는 제한적이었고, 여전히 "배정이 어렵다"고 밝혔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락 직후 하루 강한 수요가 나타났지만, 다시 저조한 응찰로 돌아서는 등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다. 시장가격에만 의존할 경우, 여름철 재고를 충분히 채우지 못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독일 가스시장운영기관(Trading Hub Europe GmbH)는 올해 초 보조금 도입을 제안했지만, 이탈리아가 실제 보조금을 시행하기 전까지도 독일 정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독일 가스 저장고는 30% 미만의 낮은 충전율을 기록 중이다.

반면 이탈리아는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을 통해 시장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달 초, 여름철 가스 가격이 겨울철 대비 충분히 싸지 않은 경우에도 트레이더에게 손실을 보전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저장을 꺼리던 업체들의 관심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탈리아에서는 대부분 경매에서 신청 수요가 저장 가능량을 초과했으며, 현재 저장율은 43%까지 상승했다. 이독일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저장용량을 보유한 이탈리아로서는 고무적인 성과다.

에너지 애널리스트 다니엘라 미콜리(Daniela Miccoli, Energy Aspects)는 "다른 유럽 국가들도 무역전쟁에 따른 가격 스프레드 변화를 지켜보며 이탈리아의 성공 여부를 참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는 가뭄으로 인해 이탈리아 수력발전량이 급감해 가스 수요가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비축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름철에는 가스 가격이 낮아져 비축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지만, 최근 몇 달간은 여름철 가스 가격이 겨울철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역프리미엄(Backwardation) 현상이 발생해 저장 자체가 수익성을 잃었다. 라보뱅크(Rabobank) 전략가 플로렌스 슈미트(Florence Schmit)는 "최근 가스 가격 하락과 계절간 스프레드 정상화는 환영할 만한 변화지만, 여전히 여름철 비축은 큰 도전"이라며 "EU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조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블룸버그NEF 애널리스트 아르함 무하마드(Arham Muhammad)는 "독일 등 주요국에서는 여전히 대규모 미배정 저장용량이 남아 있다"며 "여름 초반 주입이 저조할 경우, 후반기에 비축을 위해 허둥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