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스, 유럽 탈피 이후 첫 ‘하강곡선’ 진입
러시아 가스, 유럽 탈피 이후 첫 ‘하강곡선’ 진입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2025년 상반기 러시아 천연가스 생산량이 전년 대비 3.2% 감소한 3348억㎥(Bcm)를 기록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구조적 수출 축소의 후폭풍이 본격화되고 있다. 러시아 에너지부 및 산업관측 기관에 따르면, 이번 생산 감소는 유럽으로의 파이프라인 가스(PNG) 공급량이 급감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내수 수요 및 대중국 수출은 증가했지만, 유럽이라는 핵심 시장의 상실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 對유럽 PNG 수출 급감… 이제는 TurkStream이 유일 통로

러시아산 PNG의 유럽 공급은 우크라이나 경유 노선 폐쇄 이후 사실상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현재 러시아는 흑해를 경유하는 TurkStream 파이프라인을 통해 터키·헝가리 등 일부 국가에 제한적 공급만 유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국가들은 LNG 전환 및 미국·노르웨이산 수입 확대로 완전한 수입 구조 재편에 나선 상태다.

이는 Gazprom의 유럽향 수출 물량에 결정적 타격을 가했으며, 러시아 전체 생산량의 구조적 감소로 이어진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 對중국 수출 증가에도 파이프라인 용량 ‘한계 근접’

한편 중국과의 ‘파워 오브 시베리아(Power of Siberia)’ 파이프라인을 통한 수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러시아가 유럽 수요 공백을 동아시아 수출로 만회하려는 전략의 일환이지만, 연간 380억㎥로 제한된 파이프라인 용량이 거의 한계에 도달하면서 추가 물량 확대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파워 오브 시베리아 2(POS2)’ 파이프라인 건설 협상은 현재 교착상태에 있으며, 중국은 러시아 가스에 대한 전략적 수입 확대보다는 LNG·중동 수입 다변화를 우선시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 Gazprom, 중앙아시아 시장 공략 중… 효과는 ‘제한적’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Gazprom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장기 가스 공급 계약을 다수 체결했지만, 이들 국가들의 수입 규모가 작고 국내 수요가 커, 유럽 수출 급감분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다. 실제로 중앙아시아 전체 수출 물량은 EU 공급량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Gazprom은 생산 조절에 돌입하고 있으며, 해외 수익 구조 재편을 시도 중이나, 서방 제재 하에서 금융·기술 접근성이 낮아 구조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 러시아 가스 시장, ‘수요 붕괴형 위축’ 현실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속화된 유럽의 탈러시아 전략은 이제 러시아 가스 산업의 실질적 수익성과 생산 기반에 직접 타격을 가하고 있다. 수출 다변화 시도는 용량·외교·기술적 제약에 직면했으며, 2027년 파이프라인 증설 전까지는 생산량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LNG 수출 확대도 기술 제재로 인해 제한적이며, 장기적으론 가스전 감산과 재정 적자 확대가 불가피할 수 있다. 러시아 가스 산업은 이제 ‘글로벌 에너지 공급자의 위상’에서 ‘지역 기반 에너지 기업’으로 위축되는 과도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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