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러시아 가스 퇴출이 정치적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수급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미국이 이를 계기로 LNG 수출 대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미지 편집
EU의 러시아 가스 퇴출이 정치적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수급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미국이 이를 계기로 LNG 수출 대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 중단을 위한 구체적 이행 계획(로드맵)을 오는 5월 6일 공개할 예정이다. EU 정상회의 의장 안토니우 코스타(Antonio Costa)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유럽 기업들에게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액화천연가스(LNG)를 도입하라는 강력한 정치적 신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공급 축소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빠르게 줄여왔다. 전쟁 이전 40%에 달했던 러시아산 가스의 비중은 2023년 기준 19%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번 로드맵은 이러한 기조를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으로, 장기계약 종료를 위한 유럽 차원의 무역 관련 조치(쿼터, 관세 등)도 포함될 수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 협상 재개 움직임과 맞물리며, 미국의 LNG 수출 확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간 유럽이 대미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코스타 의장은 “정치적 신호는 충분히 명확하다”며, “미국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공급처이며, 유럽 기업들이 미국산 LNG와의 신규 계약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EU의 3대 천연가스 공급국 중 하나로, 향후 유럽 시장 내 입지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장기 LNG 공급계약이 여전히 유효한 기업들도 많아, 계약 해지를 위한 강제력 있는 법적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EU는 회원국 간 의견 불일치로 인해 직접 제재(sanction) 방식은 배제한 상태다. 무역 도구는 EU 이사회에서 '특정 다수결(QMV, Qualified Majority Voting)'로 통과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에선 플라크민스 LNG(Plaquemines LNG) 등 신규 수출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될 예정이며, 유럽 시장의 수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공급망 구축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에너지정보청(EIA,)과 단기 에너지 전망(STEO, Short-Term Energy Outlook) 등에서도 미-EU 간 에너지 협력 강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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