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중국이 아시아 최대의 LNG 수요국으로 부상하면서 동남아시아 에너지 시장의 구조와 수급 전략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등 기존의 수출국들은 중국 수요를 기반으로 수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한편, 지역 전체적으로 천연가스 사용의 고착화와 배출 구조의 ‘잠금(lock-in)’ 효과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글로벌 LNG 장기계약 물량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로, 말레이시아의 Petronas, 브루나이의 Brunei LNG, 호주의 Woodside Energy 등 동남아 및 아시아 주요 생산국과의 연계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 日·韓 수요 감소 속 中 수요가 지역 수출국의 '생명선' 역할
2020년대 들어 일본과 한국은 에너지 전환 기조에 따라 LNG 수입량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있다. 반면 중국은 전력 안정성과 에너지 안보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며 수요를 크게 늘리고 있고, 이는 동남아 수출국들이 시장을 유지하고 투자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2050년까지 천연가스 사용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은 중국 수요를 ‘백업 시장’으로 인식하며 자국 내 가스 기반 인프라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 동남아, 가스 생산·소비 모두 확대… 탄소 고착화 우려도
중국의 수요 증가는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동남아시아 내부의 가스 소비 구조까지 자극하고 있다. 수출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국내 전력·산업용 수요 확대를 병행하면서, LNG 인프라 의존이 심화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전력망 유연성 확보보다 LNG 발전이 우선시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탄소 배출 구조가 일정 수준에서 ‘고정’되는 잠금 효과(carbon lock-in)가 우려된다.
■ 중국, 수입량 과잉 시 트레이딩 확대 가능성… '재수출 제한'은 변수
중국은 지난 10년간 전국에 걸쳐 LNG 수입 터미널을 포함한 인프라를 대폭 확장해왔다. 기존과 건설 중인 수입 터미널을 합치면 연간 처리 능력은 2억 톤을 초과할 전망이다. 이는 실수요보다 과도한 수준으로, 과잉 수급이 발생할 경우 일본처럼 재판매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은 과거 자국 소비보다 많은 물량을 확보해 유럽·동남아에 재수출하는 전략을 활용해왔지만, 중국의 다수 계약에는 재수출 제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공급 유연성이 제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영 및 민간 LNG 수입업체들이 트레이딩 전문 인력을 확충하며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 에너지 전환과의 충돌… 중국 내부 정책 모순도 잠재 변수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에너지 구조 전환을 선언했지만, 실제 LNG 소비 확대는 에너지 전환 목표와 상충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특히 LNG 장기계약의 계약 기간이 대부분 15~20년에 달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재생에너지 확대 시점에도 계약상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구조적 제약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 에너지 시장 전체의 전환 속도를 조절하는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
■ LNG는 ‘안보’인가 ‘전환의 걸림돌’인가
중국의 LNG 수요 확대는 동남아시아 생산국에겐 명백한 기회이지만, 동시에 에너지 전환 전략의 우선순위 재조정이라는 복잡한 함의를 지닌 변수이기도 하다.
단기적으로는 가스 수출 기반 강화와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탈탄소 경로 설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이 LNG를 ‘안보 자원’으로 활용할 것인지, ‘전환형 에너지’로 통제할 것인지가 향후 아시아 가스 시장의 균형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