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글로벌 에너지 질서는 기존 미국-유럽 중심의 공급망과 중국-남반구 중심의 공급망이 경쟁·병존하는 다중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지 편집
향후 글로벌 에너지 질서는 기존 미국-유럽 중심의 공급망과 중국-남반구 중심의 공급망이 경쟁·병존하는 다중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중국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남반구(Global South)’ 국가들과의 에너지 협력 네트워크를 급속히 확대하며, 국제 에너지 거래 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선진국 중심이었던 에너지 공급·결제·유통 체계를, 중국이 주도하는 다극적 에너지 구조로 대체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 전략은 단순한 자원 수입 다변화를 넘어, 중국이 아시아·아프리카·중동·남미 국가들과 함께 ‘脫달러 결제 시스템’, ‘공동 인프라 투자’, ‘장기 공급계약 체계’ 등을 병행 추진하는 데서 현실화되고 있다.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와의 위안화 기반 LNG 계약, 사우디·이라크와의 장기 원유 공급계약, 브라질·앙골라와의 석유화학 합작 등이 대표적 사례다.

■ 결제통화 전환·운송망 공동화

중국의 Global South 전략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결제 통화의 전환’과 ‘운송 인프라의 공동화’이다. 위안화 결제 확대는 중국이 ‘기축통화 도전’을 노린다는 의미뿐 아니라,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의 금융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알제리, UAE, 카타르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산유국들과의 에너지 거래에서 위안화, 디지털 위안, 제3국 통화를 병행 사용하며 달러 기반 SWIFT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중국-중동, 중국-아프리카 간의 해상 및 파이프라인 운송망 공동 투자도 확대 중이다. 파키스탄의 Gwandar LNG 터미널, 모잠비크 해상 LNG 개발, 이란 남파르스 가스전에 대한 공동 운송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는 중국이 공급망에서 수요국이 아닌 ‘허브 국가’로 위상을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탈서구 공급망’의 핵심국가로 부상

중국이 구축 중인 에너지 기반의 Global South 연대는 더 이상 '전략적 대안'이 아니라, 현실화된 지역 블록 경제의 일부로 작동하고 있다. 특히 브릭스(BRICS)+ 확장과 연계된 자원 협력 메커니즘, AIIB·신개발은행(NDB)을 통한 에너지 인프라 금융지원, 양자결제시스템(CIPS)의 확대는 그 중심에 중국이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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