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철도 주변에 위치한 수목지대.
시베리아 횡단철도 주변에 위치한 수목지대.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중국 정부가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Gazprom)이 제안한 카자흐스탄 경유 추가 가스 수출 계획을 공식 거절하면서, 러시아의 아시아 수출 확대 전략에 또 하나의 제동이 걸렸다.

지난 15일, 주러시아 중국 대사 장한후이(Zhang Hanhui)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카자흐스탄을 통한 러시아산 추가 가스 수송은 비현실적이며,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장 대사는 “해당 경로에는 단 하나의 가스관만 있으며 이미 과포화 상태”라며, “추가 수송을 위해선 완전히 새로운 관로를 건설해야 하는데, 이는 비용이 매우 높고 러시아 측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러시아가 추진 중인 ‘시베리아의 힘 2(Power of Siberia 2, PS-2)’ 프로젝트를 신규 수입 경로로만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PS-2는 연간 500억㎥ 수송 용량을 목표로 하는 몽골 경유 노선으로, 본래는 2023년 착공 예정이었으나 재정 부족과 지정학적 변수로 지연되고 있다.

■ 가즈프롬, 유럽 시장 상실 후 수출 활로 '동쪽'으로 돌렸지만…

한때 크렘린의 외교 도구이자 러시아 경제의 캐시카우였던 가즈프롬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시장 대부분을 상실하며 2023년에는 약 70억 달러, 2024년에는 100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누적 손실은 179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재무악화 속에서 러시아 정부는 가즈프롬 본사의 인력 40% 감축, 해외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이미 볼리비아, 인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베네수엘라 등 해외 프로젝트를 전면 철수하고 있으며, 특히 우즈베키스탄 ‘샤파크티(Shahpakhty)’ 사업은 생산분배계약 만료와 함께 종료됐다.

■ 중앙아시아도 러시아산 가스 이탈 조짐…"정치 갈등이 변수"

최근까지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산 가스를 할인 가격에 대량 수입하며 이익을 얻고 있었지만, 정치적 긴장과 인권 문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외교장관 젠벡 쿨루바예프(Zheenbek Kulubaev)는 모스크바 목욕탕 단속 과정에서 키르기스 노동자들이 집단 구금된 사건을 거론하며, 자국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 축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쿨루바예프 장관은 지난 15일 의회 발언을 통해 “앞으로는 러시아 외의 가스 공급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며 노동 이주 대상국 다변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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