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경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이후경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투데이에너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선언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철강, 석유화학 등 고온 공정을 중심의 산업 부문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 무탄소 전환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수소와 암모니아를 산업 공정에서 에너지원 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연료 전환을 넘어, 수입부터 저장, 이송, 공급, 활용 전 주기적 인프라가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무탄소화 전략 또한 병행되어야 하며, 그 해법 중 하나가 바로 ‘전기화(Electrification)’ 기술이다. 

전기화는 기존의 연소 기반 열공정을 전기 에너지를 활용한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공정 내탄소 배출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말한 다.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연소기 등을 전기 히터, 플라즈마, 마이크로파 등으로 대체함으로써 탄소중립적 열공정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전기화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해당 전기가 반드시 무탄소 전원, 즉 재생에너지 또는 원자력 기반 으로 생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전기화 기술은 무탄소 전력 시스템과 병행될 때 진정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나아가, 모든 공정이 전기 화에 적합한 것은 아니며, 기술적·경제적 타당 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용 가능성을 판단 해야 한다. 전기화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주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정의 열원 특성이다. 금속 가열로 등 특정 피열물을 선택적으로 가열하거나, 빠른 승온과 정밀한 온도 제어가 필요한 경우, 전기화를 적용하기에 유리하다.

둘째, 열전달 방식의 적합성이다. 복사열이나 전도열 중심의 공정은 전기히터나 인덕션 등으로 대체 가능하다.

셋째, 에너지 수요의 절대 규모와 밀도다. 공정 단위당 요구되는 열량이 수십 MW 이상으로클 경우, 전기화에 따른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 부담이 커져 경제성이 크게 낮아진다. 이러한 경우에는 기존 연소 방식이 여전히 더 실용적일수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철강 산업의 대표적 고온 열처리 시스템인 연속식 강판 소둔로에 대해 전기화 기술 개발을 완성했다. 아연도금 공정에 사용되는 소둔로는 철강 제품의 품질과 기계적 물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열처리 공정으로, 전통적으로는 LNG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연소 시스템이 적용되 었으나 이로 인한 탄소 배출이 막대해 대체 기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1,400℃ 이상의 고온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SiC 소재 저항식 발열체를 활용한 전기 가열 기술을 도입하고, 실증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로체 설계, 가열 제어 기술, 열해석 기반 최적화 기법 등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2027년까지 중소형 현장에 적용 가능한 초고속 상용급 전기식 연속 소둔로 설계기술의 실증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철강 산업의 무탄소 전환에 실질적 기여가 기대된다. 이러한 노력은 한국 산업계 전반의 전기화 전환을 가속화한다.

전기화는 청정에너지의 보완적 대안이 아니 라, 수소와 함께 무탄소 사회를 견인하는 양대 축이다. 고온 열공정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전기 기반 에너지 공급이 가능해질 경우, 탄소 중립 실현은 보다 쉬워진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이 실험실을 넘어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이전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고온 공정의 전기화는 기술적 진보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공정의 특성과 산업적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전기화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앞서 있는 무탄소화 전략중 하나이며,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실천 가능한 수단이기도 하다. 각 공정에 적합한 해법을 선택하고, 전환의 우선순위를 전략적으로 설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탄소중립 실현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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