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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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탄소중립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4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머지않아 '전력 병목'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특히 RE100 목표 연도인 2042년에도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데이터센터 산업만으로 무탄소전력이 약 21.4TWh가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어서 산업계의 전력전환 전략에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4일 발표한 ‘PPA 제도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정부가 전력구매계약(PPA) 제도를 중심으로 제도개선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4대 산업만 해도 서울시 연간 전력소비 절반 규모 부족 예상”
보고서에 따르면, RE100 캠페인에 가입한 기업들의 평균 탄소중립 목표연도인 2042년 기준 국내 4대 산업의 무탄소전력 부족분은 21.4TWh로 추산됐다. 이는 2023년 서울시 전체 전력소비량(45.8TWh)의 46.7%에 달한다.

특히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탄소국경세 등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수소환원제철, 전기가열로 NCC와 같은 저탄소 공정 전환을 서두르고 있으며 이들 기술은 무탄소전력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ASML 등 글로벌 원청기업들이 향후 10~15년 내 넷제로를 선언하고 있어 국내 납품기업들도 무탄소전력 수요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고 한경협은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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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증가 속도보다 수요 확산 속도가 더 빠르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연평균 8.7%씩 늘릴 계획이다. 이는 4대 산업 전력수요 증가율(연평균 5.2%)보다 높다.

그러나 한경협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2038년 기준 4대 산업의 무탄소전력 충당률은 81.6%에 불과하며, 2042년에도 93.0% 수준에 머문다.

향후 무탄소전력 수요가 전 산업으로 확대될 경우 이 충당률은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전 포함·PPA 유연화 없이는 2042년에도 충당률 100% 못 넘겨”

한경협은 PPA 제도 활성화와 전력원 다변화 없이는 산업계가 요구받는 탄소중립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핵심 정책과제는 △PPA 이행비용 경감 △전력배출계수 연단위 공고 △PPA 조달 대상 무탄소전력원 확대 등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국내 주력산업은 경영위기와 함께 무탄소 전력 사용 요구를 직면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무탄소전력을 수급할 수 있는 제도 환경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PPA를 통한 무탄소전력 조달이 재생에너지에만 한정된 점이 병목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현재 원전은 PPA 대상에서 제외돼 있으나, 이를 포함하고 원전 이용률을 10%p 높이면 무탄소전력 충당률은 101.8%로 수요를 초과할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탄소중립은 더 이상 대기업의 이미지 마케팅이 아닌, 생존을 위한 공급망 요건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경협의 제언은 기업의 자율성 확대와 무탄소전력 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다.

정부가 이를 수용해 보다 유연한 무탄소전력 확보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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