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이성중 기자] 파리협정에 따라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핵심 과제이다. 건물 부문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5%(간접 배출 포함)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난방용 에너지 중 가정 부문이 65%를 차지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화석연료 난방을 공기열 히트펌프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그러나 해외 대다수 국가들이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공기열에 대한 논의는 국내에서는 여전히 재생에너지 법령 내 포함 여부를 둘러싼 논쟁으로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공기열이 재생에너지의 지위를 확보하더라도 실제 주거건물에서 공기열 히트펌프의 보급 및 사용을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히트펌프 기술의 특성과 효과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히트펌프는 국내 난방 시장의 친환경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히트펌프는 연료를 직접 연소하지 않고 전기에너지를 활용해 열을 이동시키는 기술로, 압축·증발·응축·팽창의 과정을 통해 실내 난방을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의 연계가 가능하다.
히트펌프의 효율은 열원과 실내 온도의 차이에 따라 결정되며, 연중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열원이 가장 이상적이다. 효율 측면에서는 지열, 수열, 공기열 순으로 나타나지만, 설치 장소의 제약이 적은 공기열 히트펌프가 최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히트펌프의 도입은 탄소 배출 감축 측면에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반 LNG 보일러 대비 35%, 컨덴싱 보일러 대비 28%의 탄소 배출 감소가 가능하며, 2030년까지 전력 발전 믹스가 친환경 중심으로 전환될 경우, 히트펌프의 탄소 배출량은 최대 65%까지 줄어들 수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함께 히트펌프 보급 확대가 이뤄진다면, 난방 부문에서의 탄소 감축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보일러와 히트펌프의 탄소 배출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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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 |
연료 |
연료 배출계수 (tCO₂eq/MWh) |
기기 효율 (%) |
열 1MWh 생산 시 배출량 (tCO₂eq)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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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보일러 |
LNG |
0.203 |
83 |
0.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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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덴싱 보일러 |
LNG |
0.203 |
92 |
0.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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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펌프 |
전력 |
0.478 |
300 |
0.1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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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펌프 (2030년 예상) |
전력 |
0.255 |
300 |
0.085 |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_건물 난방 탈탄소와 히트펌프의 역할
현재 국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위한 건물에너지자립률 산정에는 전력 1차 에너지환산계수(PEF)가 2.75로 고려된다. 이는 공개적인 산정 근거가 부족하여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유럽의 경우 1.9라는 비교적 낮은 수치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정책 기반이 전기화 등의 탄소중립 전략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있다.
EU는 효율값에 PEF를 나눠 %로 표기하며, 1차에너지 관점에서 난방설비 효율을 평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효율 100%를 넘길 수 없는 화석난방 설비와의 직관적 비교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재생전력 효과가 반영된 PEF 1.9로 하향 적용하여 친환경 설비 보급 확대의 당위성을 제도적으로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는 PEF가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 내에서 그대로 운영되고 있으며,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발전 확대라는 정책적 성과와 재생전력의 효과가 반영되지 않는 2.75라는 수치로 오랫동안 유지됐음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공기열 히트펌프와 같은 효율적인 난방 시스템이 평가 절하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평가 방식의 문제점
PEF 2.75 기준을 들어 공기열히트펌프 도입을 반대하는 견해는 시간과 계절에 따른 온도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패러독스를 포함하고 있다. 계절성능계수(SPF)로 평가되어야 할 히트펌프를 일부 상황의 효율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더불어 기기효율이 탄소배출량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히트펌프의 탄소배출은 전력 소비단의 온실가스 배출계수로, 화석난방기기는 연료연소부문 배출계수로 비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연구기관 전문가의 분석 결과, 연간 효율 2.2 이상이면 가스보일러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다.
가정용 전기요금 문제
현재 국내 가정용 전기요금은 누진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고효율 히트펌프 사용에 따른 전기 사용량 증가가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가스요금이 전기요금보다 높고, 전기요금은 누진제를 채택하고 있어 히트펌프의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히트펌프 전용 요금제를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정 시간대에 전기요금을 할인하거나, HEMS(가정용에너지관리시스템)와 AMI(원격검침계량기)를 활용한 별도 계량을 통한 특별 요금제를 적용하는 방안, 그리고 전력 수요관리자원용 전기요금 등 다양한 방법에서 사용자 편익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고효율 히트펌프 설치 시 전기요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여 초기 투자 비용을 상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결방안과 정책 제언
국내 히트펌프 난방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행 건물에너지자립률 개선, 가정용 전기요금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초기 비용 지원, 홍보 및 교육 강화, 정책적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고효율, 친환경 난방 시스템인 히트펌프의 보급을 확대하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1차 에너지환산계수의 개선은 히트펌프 난방의 실제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고, 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히트펌프 전용 전기요금제의 도입은 사용 비용 부담을 줄이고, 경제성을 높여 보급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국내 히트펌프 난방 시장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술 발전에 따라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강화됨에 따라, 히트펌프 난방의 보급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기술 개발과 해외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핵심이며, 이를 위해 히트펌프 난방 시스템의 보급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제도적 장애요인을 해결하고 정책적 지원을 강화한다면, 히트펌프는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난방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