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전 세계 가스 산업에서의 ‘불완전한 발전’이 지구에 치명적 부담을 안기고 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에서 소각(flaring)된 천연가스는 총 1510억㎥(Bcm, billion cubic meters)로 집계돼,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30억㎥ 증가한 수치로, 2년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최근 'Global Gas Flaring Tracker Report 2024'(글로벌 가스 플레어링 추적 보고서 2024)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플레어링(flaring)’ 증가세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모두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3억8900만 톤에 달하며, 이 중 메탄(Methane)이 차지하는 비중은 46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버려지는 에너지, 무려 630억 달러…“전력 공급 가능한 규모”
소각 가스는 원유 생산 현장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천연가스를 회수하지 않고 대기 중에 연소시켜 버리는 방식이다. 이번에 기록된 151 Bcm 규모는 약 630억 달러(약 87조 원) 상당의 에너지가 낭비된 셈이며, 이는 수백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자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플레어링된 가스 중 상당 비율이 발전·난방·산업용 등으로 전환 가능함에도, 기반 인프라 부재나 상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자원 낭비는 에너지 공급 불균형과 가격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메탄 중심 온실가스 증가…“2030 제로 목표 현실성 시험대”
특히 플레어링 과정에서 방출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CO₂)보다 약 80배 강력한 온실가스로, 단기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다. 메탄 배출량 4600만 톤은 세계 기후협정이 추구하는 감축 목표와 충돌하며, 관련국의 정책 이행력에 대한 국제적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은행은 각국에 ‘Zero Routine Flaring by 2030’ 이니셔티브 이행 강화를 촉구했다. 해당 캠페인에 참여한 서명국은 非서명국 대비 플레어링 감축 성과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의 소각량은 비서명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 포집·전환 기술 투자 없이는 지속가능성 불가능
전문가들은 플레어링 감축을 위해서는 기술적 접근과 정책 유인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으로는 △가스 포집 및 압축기 설치 △LNG 혹은 가스-화학 제품으로의 전환 설비 △메탄 감지 및 누출 저감 시스템 도입 등이 포함된다.
세계은행은 “탄소중립을 위한 감축계획에서 플레어링은 더 이상 주변 문제가 아니다”라며, “에너지 낭비와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전략으로 반드시 정책 우선순위로 설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각 가스는 단순한 자원 낭비를 넘어, 기후위기의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다. 탄소배출과 에너지 효율의 양면을 고려한 포괄적 접근이 없다면 ‘2030 제로 플레어링’ 목표는 공허한 선언에 그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