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석유화학 공단/출처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울산 석유화학 공단/출처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주필] 최근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에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을 공식 요청하며 주목받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침체라는 장기 불황의 터널 속에서, 전기요금 부담은 업계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요금 감면 요청에 대해 정부는 형평성 등의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양측의 입장과 향후 진행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의 절박한 외침

22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수년간 누적된 적자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솔루션 등 주요 기업들이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롯데케미칼은 6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등 산업 전반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석유화학 업계는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전기요금 부담을 단기 유동성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지난해 인상폭(10.2%)만큼의 전기요금 인하를 요청하고 나섰다.

업계는 특히 전라남도까지 나서서 여수석유화학단지의 전기요금 감면을 정부에 건의한 것은, 석유화학 산업이 전남 지역 제조업 생산액의 65%를 차지하고 여수산단의 고용 인원이 전남 인구의 11% 이상을 차지하는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울산과 충남 서산(대산)의 석유화학단지도 유사한 요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는 단순한 기업의 어려움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과 직결된 문제임을 시사한다. 

정부의 신중한 입장과 당면 과제

반면 정부는 석유화학 업계의 전기요금 감면 요청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산업 간의 형평성 문제다. 특정 산업에만 전기요금 감면 혜택을 줄 경우, 철강 등 다른 에너지 다소비 산업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는 자칫 불공정하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 한국전력공사의 재정 건전성 문제다. 지난해 한국전력의 부채가 205조원에 달하는 심각한 상황에서, 대규모 산업용 전기요금을 감면하는 것은 한전의 경영 부담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상공인 공공요금 지원 사례처럼 석유화학 업계에 대한 전기료 부담 지원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 결정이 아닌, 국가 전체의 에너지 정책 방향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중대 사안임을 시사한다.

향후 진행 전망과 시사점

석유화학 업계의 전기요금 감면 요청과 정부의 신중론은 쉽게 결론나기 어려운 복합적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당장 업계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의 재무 상황과 산업 전반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특정 업종에 대한 대규모 전기요금 인하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 지정과 같은 제도적 틀 안에서 에너지 효율 개선 지원, 신기술 도입 지원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업계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안이 모색될 가능성은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사태는 국내 산업의 에너지 효율 구조와 가격 결정 메커니즘 전반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할 것이다.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공급 과잉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는 만큼, 단순히 전기요금 감면을 넘어선 근본적인 산업 구조 개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난관 헤쳐나갈 방안 찾아야 할 때

정부는 단순히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넘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 차원의 에너지 수급 안정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균형 있는 접근이 중요하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대화 채널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전기요금 감면 요청은 단순한 비용 절감 이슈를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와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을 시험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정부와 업계, 그리고 사회 전체가 지혜를 모아 이 난관을 헤쳐나갈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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