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인천석유화학 전경/SK이노베이션 제공
SK인천석유화학 전경/SK이노베이션 제공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주필] 석유화학 업계의 전기요금 감면 요청은 국내 산업 생태계에 여러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에 단기적 효과와 중장기적 효과를 분석하여 예상되는 긍정적 및 부정적 영향을 살펴보았다. /편집자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단기적 영향으로는 석유화학 업계의 숨통 트임,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 다른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감면 요구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 한국전력공사의 재정 압박이 가중된다는 것 등이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으로 전기요금 부담 경감을 통해 석유화학 기업들의 당면한 유동성 위기를 완화하는 것이다. 경영 악화로 인한 연속 적자 상황에서 전기요금 감면은 기업의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구조조정 및 사업 재편을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고용 유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여수, 울산, 서산 등 주요 공업도시의 핵심 산업이다. 전기요금 감면은 이들 지역의 기업들이 생산 활동을 유지하고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여, 지역 경제 안정과 활성화에 일부 도움을 줄 수 있다.

석유화학 업계에 전기요금 감면이 이루어질 경우, 철강, 비철금속, 반도체 등 다른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서도 유사한 전기요금 감면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는 형평성 문제와 함께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이미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산업용 전기요금의 바람직한 조정 방향으로 '파급영향을 고려해 추가인상에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46.3%)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한전은 막대한 부채에 직면해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은 한전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켜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 이는 다시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거나, 다른 분야의 전기요금 인상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중장기적 영향으로는 산업 경쟁력 재편 및 효율화와 에너지 전환 정책과의 충돌 가능성이 있다. 또 정부 정책의 일관성 및 신뢰도 문제와 전력 시장 개편 논의를 촉발할 수 있다

단기적인 전기요금 감면이 기업의 생존에 도움을 주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감면이 아닌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 투자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은 기업의 에너지 절감 유인을 낮춰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방향과 상충될 가능성이 있다.

특정 산업에 대한 선별적 지원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고 시장에 불필요한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다른 산업 분야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신뢰도를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정부는 특정 산업에 대한 요금 인하가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 문제 제기는 결국 전력 시장의 구조와 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 논의를 촉발할 수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전체 전력 사용량의 53.2%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한전의 추가 수익은 연간 4조 7000억원으로 예상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 효율적인 전력 배분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전기요금 감면 요청은 복잡한 다면적 이슈이다.
단기적인 산업계의 고통 경감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 한국전력의 재정 악화, 에너지 전환 정책과의 충돌 등 중장기적인 부정적 영향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정부는 단순히 '감면'을 넘어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에너지 정책의 큰 틀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자생적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전력 시스템 구축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지혜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