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펌프 작동 원리 도해 (냉방·난방 모드)
히트펌프 작동 원리 도해 (냉방·난방 모드)

[투데이에너지 김영훈 기자] 국정기획위의 ‘탄소 감축’ 국정과제 채택에 이어 환경부의 국회 기후특별위 보고에서 ‘히트펌프’를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활용하겠다고 보고하자, 일반인들 사이에 히트펌프가 대체 무엇이길래 이처럼 자주 언급되는지, 히트펌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일반 소비자들이 히트펌프가 무엇인지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기록적인 폭염과 혹한이 일상이 된 시대. 치솟는 에너지 요금 고지서와 기후위기 경고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화석연료를 태워 열을 얻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히트펌프’(Heat Pump)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이 기술의 원리와 가능성을 조명한다.

‘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옮기는’ 기술

히트펌프는 저온의 열원으로부터 열을 흡수해 고온의 열을 생산하는, 작은 에너지로 많은 에너지를 열 형태로 공급하는 열변환 기기를 말한다. 

히트펌프의 핵심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냉장고나 에어컨의 작동 방식을 거꾸로 이용하는 것이다. 에어컨이 실내의 열을 빼앗아 밖으로 내보내 시원하게 만든다면, 히트펌프는 겨울철에 외부 공기나 땅, 물속에 존재하는 열에너지를 흡수해 실내로 옮겨와 따뜻하게 만든다. 반대로 여름에는 이 과정을 역으로 진행해 냉방기로 변신한다. 그로 인해 냉난방기로 불리기도 한다.

핵심은 ‘열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열을 옮기는’ 데 있다. 이 작은 차이가 에너지 효율의 극적인 차이를 만든다. 1의 전기에너지를 사용해 1의 열을 내는 전기히터와 달리, 히트펌프는 1의 전기에너지로 외부에서 3~4의 열에너지를 퍼 올려 실내로 공급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이 300~400%에 달하는 셈이다. 이는 가스보일러나 등유보일러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난방기기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에너지 소비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 동시 실현 

히트펌프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친환경성이다. 연소 과정이 없으므로 난방 시 이산화탄소나 유해 가스를 직접 배출하지 않는다. 물론 기기 가동을 위해서 전기를 사용하지만, 이 전기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것이라면 ‘완전한 탈탄소’ 난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2050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설비로 히트펌프 보급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높은 효율은 가계의 에너지 비용 절감으로 직결된다. 초기 설치 비용이 기존 난방기기에 비해 다소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난방비와 냉방비를 크게 아낄 수 있어 경제적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히트펌프 설치 보조금 지원사업을 확대하며 초기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있지만 국내 보급은 아직도 초기 단계에 있다.

가정집을 넘어 산업 현장까지…무한한 확장성

히트펌프의 활약은 단순히 가정용 냉난방에 그치지 않는다. 농산물 건조, 산업 공정의 가열 및 냉각, 대규모 시설의 온수 공급 등 산업 현장 곳곳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하며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수십, 수백 가구에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지역난방 시스템에도 히트펌프 기술이 접목돼 도시 단위의 에너지 전환을 이끌고 있다.

물론 아직 과제는 남아있다. 열에너지 소비의 탈탄소화를 위한 핵심 고효율 기술로 산업 육성과 보급확대를 위한 제도와 기반 강화가 필요하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혹한기 효율 저하 문제나 친환경 냉매 개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하지만 관련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전 세계적인 시장 성장세를 볼때 히트펌프의 미래는 밝다.

히트펌프는 더 이상 낯선 미래 기술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며, 에너지 비용까지 줄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히트펌프에 주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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