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러시아의 원유 생산 기반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 요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10여 년간 OPEC+(OPEC plus) 합의에 따라 유가 안정을 위해 생산 쿼터를 조정해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서방의 제재, 서부 시베리아(Western Siberia), 볼가(Volga), 우랄스(Urals) 등 노후 유전의 생산성 저하가 맞물리면서 원유 생산량 감소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러시아 정부 재정의 약 3분의 1이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생산 감소는 재정 기반뿐 아니라 전쟁 자금 조달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올해 초까지 배럴당 80달러 수준의 브렌트유(Brent crude) 가격 유지를 목표로 증산·감산을 반복했다. 그러나 4월 이후 증산이 이어지면서 유가는 오히려 급락세를 보였고, 가격 방어에 실패했다.
문제는 단기 유가 하락이 아니라 러시아의 생산 기초체력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 이전부터 주요 유전의 고갈 조짐이 나타났으며, 서방 기술 지원 없이는 셰일 개발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제재로 인해 고비용 장비의 조달이 어려워졌고, 전쟁으로 젊은 인력이 부족해 셰일 오일 확장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오는 2030년까지 러시아 원유 생산량이 현재 대비 약 20%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러시아의 재정 압박을 넘어 글로벌 원유 수급에도 심대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 러시아는 여전히 세계 최대 원유 공급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공급 부족이 현실화될 경우, 유럽과 아시아 주요 수입국은 대체 공급망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으며, 이는 중동, 미국, 아프리카 등 타 지역 원유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