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재진 기자]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첨단산업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HVDC(초고압직류송전) 기술 개발과 산업 생태계 구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1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국가전력기간망 시스템 혁신을 위한 HVDC 산업육성전략'은 HVDC 기술 국산화를 통한 미래 전력 시스템의 자립과 글로벌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산과 첨단산업 수요, HVDC 도입의 필연성
발표에 따르면 최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수도권 중심의 전력 수요 집중 현상은 기존 교류(AC) 송전망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제11차 전기본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은 2025년 39.0GW에서 2038년 121.9GW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첨단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전력 수요(2053년 10GW 이상)가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교류 송전망은 지중화 한계(765kV는 불가, 345kV는 약 30km)와 주민 반대 등으로 건설 실적이 지난 10년간 50% 이상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류 대비 송전 손실이 적고(약 25% 감소), 장거리 및 해저 지중화가 용이하며, 전력 흐름 제어와 고장 파급 방지가 가능한 HVDC 기술이 미래 전력 시스템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과거 에디슨과 테슬라의 '전류 전쟁'에서 교류가 우위를 점했지만, 전력용 반도체 기술 발전과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약 140여 년 만에 직류 기반 전력 계통이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HVDC 시장은 2024년 14.6조원에서 2033년 28.4조원으로 연평균 약 8.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전 세계적으로 194개소 이상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 역시 제11차 송·변전설비계획에 서해안 HVDC(호남~수도권)를 포함한 총 9개의 HVDC 사업을 반영, 2023년 492C-km였던 HVDC 송전선로 길이가 2038년에는 3818C-km로 약 7.8배 증가할 예정이다.
HVDC 핵심기술 국산화 및 실증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대용량 HVDC 핵심기술 국산화 및 실증에 주력하며 △밸브/제어기 △변환용 변압기 개발을 민관 합동으로 추진한다.
먼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양주 BTB 전압형 HVDC 기술국산화 국책과제'를 통해 확보된 200MW급 소용량 밸브/제어기 기술을 바탕으로, 2GW급 대용량 기술 개발을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민간 주도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소 3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HVDC 변환용 변압기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그동안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았으나, 정부와 국내 주요 중전기기 제작업체인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일진전기 등 4개 기업이 공동 개발에 나선다. 2025년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반영으로 당초 계획보다 2년 단축된 2027년까지 기술 개발을 완료하여 해외 제작사의 생산 능력 부족 등으로 인한 국내 HVDC 선로 준공 지연 우려를 해소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개발된 기술의 신뢰성 검증과 해외 진출을 위한 트랙 레코드 확보를 위해 2GW급 '새만금-서화성' 220km 해저 선로를 실증 대상지로 선정했다. 이 선로는 '서해안 해저 에너지고속도로' 1단계 사업으로 2030년 12월 조기 준공을 목표로 하며, 한전과 기술 개발 참여 기업들이 설립하는 SPC(특수목적법인)를 통해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공급망 확충 및 산업 육성 기반 강화
국내 HVDC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공급망 확충과 산업 육성 기반 강화에도 힘쓴다. R&D-실증사업과 연계하여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이 DC 커패시터, 냉각팬 등 주요 기자재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형 집단 수직계열화'를 형성하고, 한전 내 'HVDC 핵심기자재 공급사 인증제도' 신설 및 국산 기자재 의무 적용 검토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참여를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또한, HVDC 분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DC 그리드 에너지 혁신연구센터'를 거점으로 2032년까지 고급인력 200명 이상을 양성하고, 해외 우수 연구기관과의 글로벌 공동연구도 추진한다. 한국전기연구원 내 국제공인 시험인증센터의 시험설비 고도화와 표준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며, HVDC 분야 핵심기술에 대한 세제 지원 방안도 검토하여 기술 개발과 투자를 장려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HVDC 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전력 시스템 구축은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HVDC 기술력을 확보하여 미래 에너지 시장의 글로벌 선두 주자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 용어 설명
ㆍHVDC= High Voltage Direct Current(초고압 직류송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