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결과사고 배관에 플랜지 이음부(가스누출 부위) 부분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 허종식 의원실 제공
조사 결과사고 배관에 플랜지 이음부(가스누출 부위) 부분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 허종식 의원실 제공

[투데이에너지 김진우 기자] 지난 8월 인천 연수구 송도동 E1 인천기지에서 발생한 LP가스 대량 누출 사고가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적합한 자재 사용과 부실시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산자중기위, 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이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받은 '인천 연수구 E1기지 열조배관 LP가스 누출 사고조사서'에 따르면 사고는 8월 6일 오후 12시 28분쯤 선박에서 육상 저장탱크로 LP가스를 옮기는 작업 중 배관 이음부에서 발생했다.

E1 상황실이 가스 누출을 감지·신고한 것은 사고 발생 19분 후인 12시 47분이었으며 1시간 30분 동안 택시 700여대를 완전 충전할 수 있는 22.8톤의 LP가스가 누출됐다. 

허 의원에 따르면 사고의 핵심 원인은 배관과 배관을 연결하는 가스켓(Gasket)이었다. 가스켓은 수도관의 고무 패킹처럼, 배관 사이에서 가스가 새지 않도록 막아주는 밀봉하는 핵심 자재다.

조사 결과 현장에 사용된 가스켓은 최대 5MPa(메가파스칼)의 압력까지만 견딜 수 있는 테프론 소재였다. 그런데 사고 당시 배관에는 7.18MPa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었다. 가스켓이 견딜 수 있는 압력보다 40% 이상 높은 수치로, 처음부터 사용해서는 안 될 부적합한 자재를 쓴 것이다.

시공도 문제였다. 가스켓이 배관 중심에 맞춰지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친 채 설치된 흔적이 발견됐다. 과도한 압력을 견디지 못한 가스켓이 변형 및 파열되면서 대량의 가스가 쏟아져 나왔다.

설계부터 시공, 검수, 감리까지 안전관리 전 과정이 부실덩어리였음이 드러났다.

E1은 LPG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판매하는 민간 에너지 기업이다. 이번 사고로 민간 기업의 가스 시설 관리가 공기업에 비해 허술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이번 사고 작후 E1(여수·인천·대산), SK가스(울산·평택), 한국석유공사(평택) 등 전국 6개 LPG 인수기지를 긴급 점검하고 낡고 약한 부품을 즉시 교체하도록 지시했다.

허종식 의원은 "E1 인천기지 주변에는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 인천환경공단 소각시설, 인천신항 등 위험시설이 밀집해 있어 안전 사고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곳"이라며 "이번 사고로 민간의 안전관리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안전관리 체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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