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아프리카 대륙의 에너지 빈곤이 다시금 국제금융의 도덕성과 실효성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아프리카 에너지상공회의소(AEC, African Energy Chamber)는 최근 세계은행(World Bank)을 향해 2017년부터 유지되어 온 석유·가스 상류부문(upstream)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금지를 철회할 것을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AEC는 세계은행이 최근 원자력 발전 투자 금지를 해제하고, 천연가스 탐사·생산에 대한 금융 제한 조치도 재검토 중인 점은 환영하면서도, 더 이상 ‘재검토만’ 할 시점은 지났다고 강조한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약 6억 명이 전기 접근권을 갖지 못하고 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소 3천만 명이 기존 전기 접근조차 상실했다.
AEC는 “녹색의제와 상류부문 금융 금지는 아프리카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직격한다. 특히 대륙 전체 온실가스 배출 기여도가 전 세계의 3%에 불과한 상황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이유로 화석연료 개발을 봉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 모잠비크·세네갈·이집트 등 가스 기반 전력화 사례 확산
AEC는 천연가스가 현재 아프리카가 직면한 발전 부족 문제를 가장 실현 가능하게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고 본다. 천연가스는 석탄 대비 탄소 배출이 낮고, 확장성과 저장성이 뛰어나며, 인프라 기반 산업·일자리 창출에도 적합하다는 점에서 ‘전환 에너지(bridge fuel)’로 제시된다.
예컨대 모잠비크는 국내 가스를 활용해 450MW급 테마네(Temane) 가스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세네갈과 나이지리아, 이집트 등도 가스 발전 기반을 중심으로 지역 전력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모잠비크는 향후 천연가스 수출을 통해 최대 1000억 달러, 나미비아는 연간 35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인프라·보건·교육·재생에너지 투자로 순환될 수 있다.
■ 기후 이상주의보다 개발 현실…국제 금융의 방향 전환 촉구
최근 미국과 유럽 주요 금융기관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다소 완화하며 천연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재개하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AEC는 세계은행이 단순한 정책 검토가 아닌, 실질적 자금 지원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AEC의 회장 NJ 아윅(NJ Ayuk)은 “자국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한 전력 인프라 확대는 곧 교육, 의료, 일자리로 이어지는 생존 문제”라며 “세계은행이 진정 ‘빈곤 퇴치와 공동 번영’이라는 설립 목적을 따른다면, 상류부문 투자를 재개하는 것이 도덕적 책임”이라고 밝혔다.
■ 용어 설명 :
· 아프리카 에너지상공회의소(AEC, African Energy Chamber) = 아프리카 에너지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대표적인 에너지 산업 협의체다.
201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설립된 이 단체는 아프리카 각국 정부와 에너지 기업, 투자자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비즈니스 환경 조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AEC는 석유·가스 등 에너지 산업 관련 정책 자문, 투자 유치, 역량 강화, 현지 기업 지원, 산업 동향 분석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아프리카 에너지 시장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에너지 접근성 확대를 목표로 한다. 또한 매년 ‘아프리카 에너지 전망 보고서’ 등 주요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제 포럼 및 투자 컨퍼런스를 개최해 아프리카 에너지 산업의 현안과 미래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 모잠비크 LNG, 3년 만에 재시동… TotalEnergies, 여름 재개 확정
- 나이지리아, 석유·가스 투자유치 드라이브 본격화
- 나미비아, 네덜란드와 손잡고 '수소 교육국가' 전환 가속
- 남아공, 에너지 독립의 승부수…국영 석유공사(SANPC) 출범
- 모로코, 144억 달러 규모 에너지·물 인프라 개발 착수… TAQA·정부 공동투자
- 나미비아 해상유전, 2026년 본격 시동… 토탈·BW 최종 결단 임박
- 모로코, 천연가스 30% 전략 선언…3대 FSRU 거점 구축 본격화
- 모잠비크-잠비아, 1000km 가스관 연결…아프리카 남부 에너지 축 형성
- 아프리카, 9GW 규모 유틸리티급 태양광 발전소 건설
- 모잠비크, 글로벌 LNG 공급 새 축 부상…핵심 프로젝트는?
- 모잠비크, 72억 달러 FLNG 승인…일본·한국 가스 수급판 흔든다
- Golar LNG, 서아프리카서 상업운전 돌입
- 세네갈, 아프리카 첫 LNG 부유식 발전소 가동
- 한국-모잠비크, 천연가스車 전환 맞손…기술이전 넘어 실행 협력
- 남아공–독일, 1700만 유로 녹색수소 협력 MOU 체결
- 나이지리아-모로코 가스 파이프라인(NMGP), 서아프리카 에너지 지형도 바꾼다
- 나이지리아, 220개 유전·가스전 대규모 입찰
- 모잠비크, 천연가스 수출 28%↑…석탄 제치고 1분기 최대 수출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