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현 교수
정용현 교수

[투데이에너지]

제47대 미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날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다. 대다수 미국의 우방에게는 염려가 현실이 됐고 미국의 여러 적국들에게는 그나마 거래가 가능한 기회가 왔다고 한다. 영국의 저명한 Economist지는 선거 바로 다음날 “트럼프 2기는 어디까지 망칠수 있을까”라는 기사를 게제하며 앞으로 펼쳐질 트럼프 시대에 우려와 걱정을 보도했다.

에너지 산업을 예로 들면 새로운 행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에너지 정책은 기존의 틀을 한 참 벗어나 현재의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 들어올 미 연방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조심스레 예상해보면 우선 새 행정부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미국의 에너지 독립과 자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모든 정책의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화석연료의 개발과 생산, 소비를 늘리고 석유와 천연가스의 수송 인프라를 확충하며 나아가 에너지 기업들에 그동안 적용한 규제, 특히 환경관련 규제를 완화하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상당히 지연시킬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인 대열에서 이탈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추세와 각국 정부의 정책방향에 이끌려 재생에너지, 각종 온실가스 저감 프로젝트와 ESG를 달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해왔던 기업들에게는 보조금 삭감등의 상당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된다. 향후 4년간의 불확실성과 트럼프 이후의 안개 속 세계 정세도 에너지 전환의 방향성에 큰 의문을 갖게 한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세상의 흐름을 바꾸거나 세계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수는 없다. 그 이유는 첫째, 미국은 연방 국가이며 의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즉, 연방정부의 수장 대통령은 국방, 외교와 대외 무역을 관장하고 각 주 정부 단위에서 정책이 수립되고 이행된다. 또한 미 행정부는 엄격한 3권 분립에 기초해 상원 하원의 견제외 감시를 받게돼 있다. 

따라서 미 대통령의 권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상당히 제한적일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 서부의 오레곤, 워싱턴과 캘리포니아는 전통적인 민주당지지 지역으로 연방정부의 정책에 관계 없이 에너지 전환정책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두 번째로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다. 이 기간 동안 기존의 제도나 법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트럼프 2기가 공약한 상당 부분의 에너지 관련 정책변화는 긴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적인 변화는 빨라야 임기 후반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환경관련 국제 관계를 미국 혼자서 이끌어 나갈 수 는 없다. 물론 미국없이는 어떤 변화도 불가능 하지만 미국이 변화의 충분 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이 기후변화에 보다 적극 적이면 기후변화문제 해결에 진 일보 할 수 있지만 미국이 빠진다고 해서 기후변화 이슈가 사라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또한 미국의 일방적인 정책이나 조치는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2기에는 좀 더 신중할 것이다.

내년 상반기 우리는 아주 자주 각종 매체의 단독과 긴급보도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너지 산업에는 많은 사건과 사고가 있지 않을까 본다. 미국의 기후변화 탈퇴 선언, IRA 보조금 삭감, 화석연료의 부활, 환경규제 완화 등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에너지 전환의 바람이 잠잠해지는 현상을 마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일시적인 기후변화 대응의 동면기이며 보다 현실적인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앞으로의 기후위기의 극복과 높아지는 국제적인 정세 불안의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긴 호흡을 가지고 우리 경제 구조와 체질 개선과 기술개발에 앞으로의 4년 동안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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