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원유 운반선(Crude Oil Tanker)이 운항하고 있다./출처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원유 운반선(Crude Oil Tanker)이 운항하고 있다./출처 삼성중공업

[투데이에너지 신영균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지난해 글로벌 정제마진 약세로 경영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달성했다. 대한석유협회(KPA)는 지난해 SK에너지와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가 수출한 휘발유가 1억1,189만 배럴, 경유는 2억166만 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실적은 석유 수출 통계가 작성된 1992년 이후 최대치다.

휘발유, 경유 수출 신기록에 힘입어 전체 석유제품 수출도 전년대비 4.8% 증가한 4억9,045만 배럴을 나타내 2018년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33번 가득 채울 수 있는 물량이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원유 중 52.5%를 정제해 수출한 양이다. 이에 따라 수출 비중도 최고치를 나타냈다. 다만 석유제품 수출액은 수출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2.9% 감소한 451억7,000만달러(약 61조 6,100억원)로 집계됐다.

석유협회는 이러한 휘발유, 경유 수출량 최대치 기록이 지난해 글로벌 정제마진 약세로 경영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국내 정유사가 경질석유 제품 수출 확대로 돌파구를 모색한 결과로 평가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항공유 수출량도 3% 늘어난 8,826만 배럴에 달했다. 제품별 수출량 비중으로는 경유가 41.1%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휘발유가 22.8%, 항공유 18.0%, 나프타 8.1%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정유4사의 연도별 원유 도입량·수출량과 원유 도입액·수출액/한국석유공사 자료, 대한석유협회 제공
국내 정유4사의 연도별 원유 도입량 대비 수출량과 원유 도입액 대비 수출액/한국석유공사 자료, 대한석유협회 제공

휘발유 수출은 전년 대비 12.1%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낸 가운데 對일본 수출량은 33% 급증했다. 일본은 탈탄소화와 에너지 절약 일환으로 10년 전 정유공장을 통폐합해 정제 능력과 연료 생산이 감소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엔저 현상에 따른 해외 관광객 급증으로 휘발유와 항공유 부족 사태를 겪은 바 있다.  

국가별 수출량은 호주 18%, 일본 12.9%, 싱가폴 12.5%, 미국 8.8%, 중국 8.7% 순으로 일본이 싱가폴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호주는 2022년 이후 3년 연속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으로 경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다. 이는 호주 정부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7억8,000만 리터의 경유 저장시설을 확충했으며 2024년 하반기부터 석유수입업자에 대한 의무 비축 일수도 28일에서 32일로 확대·강화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글로벌 경제가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에너지·통상 정책 영향 등으로 불안정성이 높아져 석유제품 수출 환경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유업계는 정제 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출국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에 주력해 석유제품 수출의 질을 더욱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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