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이상석 기자]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효율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해 지열에너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30년까지 모든 전력 생산량의 50%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사우디는 탄소 기반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재생 에너지원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지열에너지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게 된 것.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리적으로 지열에너지 개발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서부 지역의 '하랏(Harrat)' 화산 지대는 2500여 개의 휴화산이 밀집해 높은 지열 잠재력을 품고 있다. 동부 지역도 탄화수소 매장량이 풍부한 퇴적층으로 형성돼 있어 지열에너지 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열에너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믹스에 다양하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가 전력망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을 확보한다는 측면과 냉방 수요가 높은 국가 특성 상 가정 및 상업 건물의 전력 소비량 감소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집약적인 해수 담수화 플랜트에 열과 동력을 공급해 담수 자원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열에너지 산업은 초기 탐색 단계에 머물러 있어 지열에너지의 잠재력과 장점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 상황이지만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KAUST)의 지열에너지 연구 프로젝트 등 최근 들어 지열에너지 개발에 대한 관심과 연구 노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지열에너지 분야의 성장을 위해 지열 자원 평가를 위한 공공 데이터 확보 및 지열에너지의 장점에 대한 인식 확산과 더불어 탐사·시추·발전 기술 개발과 연구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중론이다.
또한 지열 에너지 기술 도입 및 상용화를 위한 정부 규제 완화 및 인센티브 정책 마련과 기존 석유 및 가스 산업의 노하우를 활용한 시너지 창출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풍부한 석유 및 가스 탐사,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열에너지 산업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석유·가스 산업에서 축적된 방향성 시추, 유정 자극 기술 등은 지열 에너지 개발에도 효과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영 석유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는 지열에너지 개발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자국 지질 정보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존 석유·가스 서비스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 및 노하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폐유정 및 가스정을 지열정으로 전환하는 방안 또한 주목받고 있다. 이는 폐유정 처리 비용을 절감하고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는 동시에 유정의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나라의 지열에너지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연구·투자·정책 지원·산학연 협력을 통해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공지능 및 데이터 센터의 급증으로 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열에너지는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상당한 초기 투자 비용에도 불구하고 지열 에너지의 높은 설비 이용률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능력에 힘입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용어 설명
· 지열정= 지열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지하에 설치하는 구조물로 내부관과 외부관으로 구성된 단열배관 시스템이다. 유체(주로 물)를 순환시켜 지열에너지를 추출하거나 주입하며 깊이는 수백 m에서 수 km에 이를 수 있다. 전기 생산을 위한 증기 또는 열수 추출 및 히트펌프 시스템과 연계해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