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최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송 문제를 둘러싸고 내부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계약 종료로 인해 슬로바키아를 경유하던 천연가스 수송이 중단되면서 유럽 각국 정상들이 EU 당국에 실무적 해결 방안을 촉구하고 나섰다. 다만 수송 재개를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문구는 초안에서 삭제된 것으로 전해지며, EU의 복잡한 정치적 입장을 보여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천연가스 수송 계약이 지난해 12월31일 만료되면서 올해 1월1일부터 슬로바키아로의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됐다.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 이번 수송 중단으로 인해 국내 가스 가격 급등과 EU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실무적인 차원의 수송 방안 논의를 EU에 요청하며, 장기적으로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초기 초안에 있었던 수송 재개 문구가 EU의 공식 문서에서는 삭제된 것으로 알려져 유럽위원회의 신중한 입장이 드러났다. 유럽위원회는 여전히 러시아산 가스 수입에 부정적이며, 대체 공급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수송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과 EU 내 경쟁력 약화를 주장하며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슬로바키아는 가스 가격 상승으로 인해 자국 산업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를 우려하며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표명,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EU와의 실무적 합의는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이번 가스 수송 중단 사태는 유럽 전체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러시아산 가스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EU는 앞으로의 천연가스 공급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유럽 각국은 대체 공급처 확보를 위해 중동, 미국, 북아프리카 등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당장의 가스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EU가 러시아산 가스를 완전히 배제할지, 아니면 현실적인 타협안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