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원자력과 합리적 에너지믹스’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기후위기 대응, 원자력과 합리적 에너지믹스’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투데이에너지 박찬균 기자]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원믹스보다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 혼합된 형태의 전원믹스가 전력시스템의 안정성과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용효율적인 에너지믹스를 갖추기 위해 원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13일 ‘기후위기 대응, 원자력과 합리적 에너지믹스’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첫 번재 발제자로 나선 김진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많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이 중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총 수출의 56.5%를 차지하는 10대 수출 품목이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 자동차부품, 합성수지, 선박, 철강판, 평판디스플레이와 센서, 정밀화학원료, 무선통신기기이며 이러한 업종들은 모두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산업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에 향후 확대될 AI, 데이터센터 등 미래 산업도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업종들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이 중요하다는 것. 때문에 수소, CCS 연계 탄소중립 LNG 등 청정에너지도 해외 연계 개발이 필수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에너지 안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증산’ 활용이 어려우며 연료전환 수단도 제한적이라고 진단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해외자원개발이나 수입 다변화, 국제 협력 등을 활용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전력안보 측면에서 시스템 유연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연성 확보를 위해서는 조화로운 에너지원으로 구성하는 통합 에너지 시스템인 섹터커플링의 장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합리적 에너지믹스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핵심 가치의 공유와 가치에 기반한 원칙 수립이 필요하며 위기 자체를 회피할 수는 없으나 얼마나 적은 피해로 빠르게 회복하는가가 중요하다고 김진수 교수는 강조했다.

아울러 안보는 중요한 가치이나 유일한 가치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구성원 다수가 동의하는 핵심가치의 설정과 공유가 필요하고 이와 관련해 조화로운 에너지 포트폴리오 구축이 미래에너지 시스템과 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은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 시스템을 구성할 순 없다”며 “원전 등을 활용해 장기적 안목에서 에너지원의 조화와 균형 잡힌 정책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노 센터장은 과거 2차 석유파동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발전설비의 71%를 석유에 의존한 탓에 전기요금이 3배 이상 인상됐다”며 “경제적 파급효과가 막대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재생에너지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계속 낮아지는 추세인 건 분명하다”면서도 “재생에너지 증가로 밸런싱·계통수용 등 이른바 ‘시스템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통에 재생에너지 LCOE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지적했다.

노 센터장이 소개한 2021년 서울대-원자력학회 보고서는 2050년 발전 비중에서 재생에너지 80%와 재생에너지 50%+원전 35%인 경우를 가정해 과잉 발전량과 전기요금 인상분을 계산했다. 이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각각 90.8~123.2%p, 50.4 ~61.4%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조합의 전기요금 인상 폭이 훨씬 작게 나타난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 폭 차이를 두고 노 센터장은 “재생에너지로 인한 과잉발전 대응비용과 계통통합비용 차이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이마저도 10차 전기본 수립 당시 과소예측된 측면이 있는 전력수요를 가정한 계산이어서 AI 도래로 전력수요가 2~3배 늘어난다면 인상 폭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는 장차 증가할 전력수요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전력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고 할지라도 간헐성과 변동성을 지닌 재생에너지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어려우며 어느 하나의 에너지원만으로 탄소중립이 달성될 수는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본부장은 해외에서는 이미 원자력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이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며 SMR 등 차세대 원전기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해 상용화를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유재국 입법조사관은 24시간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하는 데이터센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며 원자력(기저)과 재생에너지(분산)가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최선의 믹스라고 강조했다.

토론회 시작에 앞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그동안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적인 대안으로 논의됐으나 재생에너지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대규모 ESS와 송배전망 확충이 필수적이며 이에 따른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며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을 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철호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원자력은 친원전은 보수, 탈원전은 진보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단기적인 유행이나 정치적 이슈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각에서 국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산업과 구민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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