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강력히 추진됐던 ‘탈원전’ 정책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간 모양새다. 그 중심에 차세대 원전 기술로 꼽히는 SMR(소형모듈원자로)이 있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대전에서 원전 산업 종사자 간담회를 열고, SMR 기술의 중요성과 지원 필요성을 공식 논의했다. 당 미래성장전략위원회와 과학기술혁신위원회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KAIST를 잇달아 방문해 원자력 기술의 현주소와 미래 전략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는 과거 탈원전을 당론처럼 추진해왔던 민주당의 노선과는 결이 크게 다른 행보다.
실제 차기 대선후보로 유력한 이재명 전 대표 역시 기존엔 ‘신재생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과 지역 분산형 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중심 전략을 표방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SMR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보이며 전략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같은 당 김동연 경기지사 역시 “SMR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밝히며 원전 기술의 산업화 가능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단순한 정책 전환이 아닌 ‘에너지 수급 현실에 대한 수용’이라고 분석한다.
에너지 산업 관계자는 “AI·데이터센터 등 초고밀도 산업 구조가 현실화되면서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로는 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당내에 퍼지고 있다”며 “결국 원자력을 에너지 믹스에 포함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성무 의원 “SMR, 기술 선도국 기회”
이 같은 기류는 국회에서도 확인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허성무 민주당 의원은 <투데이에너지>와의 인터뷰에서 “SMR은 우리가 기술 선도국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대형 원전은 원천기술 의존도가 높지만, SMR은 독자기술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파운드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 의원은 또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보급이 아닌 산업화, 그리고 세계 경쟁력 확보의 문제”라며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통해 기후·에너지 정책을 통합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SMR과 관련된 특별법 발의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그는 “이재명 대표가 SMR 정책을 반대한 적이 없다”며 차기 대선 공약 반영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이는 곧 민주당의 사실상 ‘脫탈원전’ 선언에 다름 아니라는 분석이다.

脫원전에서 脫脫원전으로…에너지 정책 대 전환 예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한때 국민적 논란의 중심에 섰고,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안전 중심의 에너지 구조 전환을 내세웠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이 가져온 전력 불균형, 에너지 수급 불안, 관련 산업 경쟁력 약화 등의 비판이 지속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SMR은 소형화·모듈화된 기술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갖추며 원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은 물론, 수출형 산업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선회할 충분한 명분을 제공한다.
결국 민주당이 SMR을 공식 에너지정책의 핵심 축으로 채택할 경우,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기조’의 유효기간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더 이상 탈원전을 고집하기 어렵다는 점을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있다”며 “대선 국면에서 SMR과 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SMR을 둘러싼 민주당의 행보는 단순한 정책 보완이 아닌, 탈원전 기조의 ‘근본적 수정’을 의미한다. 에너지 현실과 글로벌 경쟁 속에서 민주당이 어떤 방식으로 탈원전에서 벗어나 SMR을 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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